환율운용의 자주성 갖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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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림픽 이후 원화가 연일 큰 폭으로 절상되어 7백원대의 환율이 곧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환율압력까지 겹치게 되어 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6일 현재 1달러에 7백4원30전인 환율은 곧 7백원대가 깨지고 연말에는 6백70원내지 6백8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되면 원화의 절상율은 15∼16%로 우리의 형편에 힘겨울 수밖에 없으나 그래도 국제수지 균형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우리는 이를 이겨내겠다는 자세다.
전문기관들의 조사결과나 업계의 수출경쟁력에 비추어 보면 환율이 7백원대가 깨지면 전 수출 산업이 무차별적으로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나 있다.
국제수지가 예상보다 확대되어 원화절상을 가속화해서라도 통상마찰을 피하고 국제수지를 적정 관리하려는 것이 우리의 기본입장이어서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의 입장을 전혀 감안하려 들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 그 동안 미국은 간접적으로 원화절상 문제를 제기하다가 이번에는 종합무역법에 따른 재무부의 보고서를 통해 환율문제를 공식화하여 절상압력을 가중할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국과 대만 등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대미수출에 흑자를 보고 있는 만큼 환율 협상을 개시하여 환율을 떨어뜨리도록 압력을 넣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노력을 외면하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경제압력을 강화하고있는 것은 부당하다.
미국은 지나치게 시장개방은 물론 관세인하, 지적소유권 보호 등에 파상적 공세를 취하더니. 환율문제에까지 같은 식의 시도를 한다.
우리는 대미경제관계에서 우리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동안 자발적인 우리의 노력으로 대미 무역흑자는 올해 들어 감소추세에 있으며 한미 무역불균형은 이미 우리가 취한 성의 있는 조치들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보이면 더욱 개선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을 유독 지목하며 몰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자국경제의 문제점에는 눈 돌리기를 소홀히 하고 흑자국에만 무역불균형 시정의 책임을 씌우는 사시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화의 환율만 해도 우리의 대미흑자가 주로 환율 때문 인양 여기는 미국의 자세를 통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우리경제가 보다 빠른 걸음을 하고 알맹이가 좋아진 것에 대해 환율이 기여한 몫은 그리 안 크다. 우리의 환율은 오히려 고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올해 들어 원화는 12%이상 절상되어 절상속도가 오히려 지나치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일본의 엔화, 대만의 원화는 올해 들어 오히려 절하되고 있다.
대미무역불균형은 환율정책 편중으로 시정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식으로 환율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입장에 반대한다. 특정국의 요구에 응한 선례를 남길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환율은 개별국가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자주적 운용이 당연하다. 미국과의 무역부균형시정은 환율보다는 실질거래의 확대노력에 의존하는 것이 정도라고 할 것이다.
미국의 원화절상 압력을 경계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 태세를 미리 미리 갖추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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