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도 못 밝힌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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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의 국정감사에도 불구하고 부실기업정리를 둘러싼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부실기업정리의 진상이 소상히 밝혀져야 하는 이유는 5공화국에서와 같이 무원칙하고 비합리적으로 부실기업을 정리함으로써 국민 경제에 부담을 안겨준 전철을 다시 밟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날 여러 번의 시도와 이번 국감에도 불구하고 진상이 명료하게 안 밝혀졌다. 국회에서 예정하고 있는 국정조사권 발동에 또 한번 기대를 걸어본다.
국감에서 제기된 것처럼 부실기업정리와 관련해서 꼭 밝혀내야 하는 중요한 문제에는 정리의 합법성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각종 특혜를 의결한 산업정책심의회의 성격과 성원문제로 야당은 정리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경유착 가능성에 관한 의혹이라고 본다.
부실기업과 인수기업 선정과정이 제일 의문 투성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회 재무위가 밝혀낸 사실가운데 안기부장이 부실기업정리에 깊숙이 개입했고, 랭킹 7위에 드는 그룹기업의 정리결정이 기업주에게는 정부발표 불과 1시간 전에 통보되었다는 대목에 주목하게 된다.
국감에서 밝혀낸 사실과 연관해 보면 의혹이 꼬리를 물게된다. 일부 부실기업정리에 왜 안기부장이 개입했으며 정부는 왜 쫓기듯 서둘렀는가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부실기업정리의 주역들과 정리를 당한 기업인들의 증언내용에 지나친 비중을 두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실기업주들의 증언내용이 전혀 터무니없다고 보지 않으며 항설은 권력에 밉게 보이면 당하고 성금 많이 내는 등 지성을 다하면 정리기업도 떠맡고 파격적으로 특혜도 받는 것으로 되어있다.
김만제 전 재무장관은 이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답변으로 『내가 착상했고,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정리원칙 등 주요결정은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고, 상의해서 이루어졌다』고 증언했다.
한 맺힌 부실기업주의 목소리만 크게 들리고 이 같은 해명이 설득력이 없는 것이 문제다. 정리된 기업보다 그 몇 배나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끄떡없었던 이유를 따져도 정부의 설명은 빈약하다.
인수기업이 각종 성금을 많이 낸 객관적 자료나 어느 기업은 정치자금 1천억원을 낸 탓으로 큰 해운회사를 떠맡게 되었다는 공개 증언을 어떻게 보아야할 것인가.
일부 당한 기업주들은 부실기업정리가 정치적 보복으로 이루어져 부당하고 불법이라고 계속 주장한다.
부실기업정리는 불가피성이 인정되지만 갖가지 의혹 때문에 정당성 문제가 계속 말썽이 되고있다. 의혹이 물리게되면 정리된 후 계속 후유증을 앓고있는 기업들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부실기업정리는 또 있을 수 있다. 정책의 신뢰성 회복은 물론이고 똑같은 양태의 시행착오를 되풀이 않기 위해서도 의혹은 밝혀내야 한다. 부실기업 정리로 부담이 떠넘겨진 국민은 당연히 진상을 알 권리가 있다.
그 다음에는 명실상부한 금융자율화를 서둘러 부실기업 문제는 순리적인 경제원칙에 따라 해결토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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