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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남대문 「모조」대신 「자기상표」늘어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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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외 유명상표 등을 모조한「가짜상표」의 범람이 통상압력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있는 가운데 최근 자체상표를 개발해 판로를 다지는 시장·상가들이 늘고있어 관심거리가 되고있다.
특히 연4천만달러 (특허청추산)규모의 국제적인 모조상품 전문상가로 널리 알려진 이태원에서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이 같은 「자기상표」를 정착시켜 국내소비자들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또 다른 성가를 얻고있다.
이 같은 사실은 올 들어 특허청에 줄을 이어 들어오고 있는 국내출원상품건수 (8월말 현재 1만6천1백94건, 전년 동기비 14·4%증가)중 상당수가 이태원·남대문시장 등의 의류상들이 신청한 것이라는 사실에서도 뒷받침 되고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태원의 대형의류점인 빅토리타운의 경우. 지난80년 오픈, 이태원의류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이 상점은 올림픽기간 중 「빅트 (VICT)」라는 자기브랜드로 우리고유문양을 넣은 관광티셔츠를 선보여 호돌이 셔츠붐과 함께 외국인들의 폭발적 반응을 얻었으며 현재 미·일 등으로부터도 수출주문을 받고있다.
외국 상표권자의 압력등 상표를 도용해 쓰는데 한계를 느낀 데다 상호의 지명도가 알려질대로 알려진데 자신감을 얻어 자기상표를 고집, 지난해 말부터는 아예 모조상품의 취급없이 자체상표부착 제품만으로 상당한 매상을 올리게 됐다는 얘기다.
「빅트」등의 고유상표가 히트하게 된 것은 유명브랜드 진품가격의 5분의1 남짓한 저렴한 가격대 (티셔츠경우 3천∼5천원) 에다 개성있는 디자인들을 개발, 제품의 품질이 손색없다는 인식을 심어간 게 비결이었다는 업체측의 설명이다. 이제는 역으로 자신들의 상표가 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들어 특허청에 모두 상표등록을 마쳤다.
빅토리타운은 올 들어 디자인 및 상표관리를 위한 기획실도 별도 설치하고 의류뿐 아니라 혁대·골프용품 등에까지 자기상표부착을 확대해 가는 한편 장기적으로 미국·LA·뉴욕 등에 직영점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태원 가죽의류점으로 외국관광잡지 등에 단골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얻고있는 갑부사의 경우도 「갑부」라면 통하는 고객확보에 힘입어 지난85년부터「갑부커스텀메이드」로 성가를 얻고있는 곳.
이탈리아의 「아비렉스」, 미국의「멤버스온리」등 역시 외국유명상표 모조품이 판치던 상황에서 지난해 정식 상표등록까지 마칠 만큼 자기상표의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자기상품 사용여부에 앞서 상품자체가 좋아야 고객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게 이 상점 김영기사장의 지론.
인근 해밀턴호텔내에 지난해 봄 「윙스」라는 자기상표로 가죽의류점을 개설한 윤상식씨의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자기상표부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다소 특이한 예. 윤씨는 모기업인 풍양상사를 통해 15년간 미국에 OEM방식으로 가죽재킷 수출을 해온 경험이 있는데다 가죽봉제기술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크게 인정받고 있어 굳이 외국유명상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됐다고 말한다.
오히려 향후 목표로 하는,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처음부터 자기상표로 신뢰를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벌써 주문상표 등의 요구없이 윙스 자체로 제품을 떼가는 미·일 거래선들이 어느 정도 확보돼있는 상태라고 윤씨는 자신감을 보였다.
유명모조상표시장에서 조그만 자기브랜드로 판로를 다지고 있는 이들 상점들의 기본적인 공통점은 자체공장 또는 하청공장을 갖고 제품의 기획·생산관리를 직접 하고있다는 점.
한편 남대문시장 의류상가점포들의 경우는 많은 점포들이 동일상표로 제품을 내 성공한 좋은 예가 된다.
대메이커의 유명상표에 밀려 그야말로 「시장물건」으로 평가절하 됐던 이들 상가제품들의 경우 상가동 단위로 공동의 자기상표를 개발·관리, 지방상인 또는 일반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데 아동복상가들의 경우는 가장 성공한 예.
「원」「부르뎅」「포키」「마마」「크레용」「사보나」「포핀스」등 현재 시판되는 알려진 아동복상표의 거의 대부분이 남대문상가 내 상표들이다. 2백여 개인업주 점포가 밀집, 연4백억원 규모의 매상을 올리고 있는 포키아동복 상가의 경우 입주점포의 20%정도가 시내백화점들에 「포키」상표로 자체매장을 두고있을 정도.
당초 상가를 광고선전 하면서 상가 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점포의 상표 (포키)를 내세운게 공동상표를 개발해 쓰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됐다는 이 상가는 가격 및 품질·불량상품관리 등을 상가협의체에서 공동으로 하는 단결력있는 조직체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1백50여명의 개인업주들이 입주, 문을 연 커먼플라자 숙녀복상가도 상가 내 생산의류에 대해 「커먼플라자」상표를 공동사용하고 광고선전도 함께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공신력을 얻고 판로를 다지는데 한몫하고 있다.<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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