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좋은 상가조차 “관리비도 못 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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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이 추락하고 있다. 전기료 등이 포함된 상가 관리비조차 못 내는 자영업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또 논현동이나 신촌 같은 서울의 대표 상권에도 임대 매물이 쌓이고 있다.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이 오른 게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추락하는 자영업 #자영업 400개 입주 위례 상가타운 #3분의 2가 월 관리비 총 2억 연체 #“불황에 최저임금 올라 알바 못 써 #영업시간 줄이니 매출 감소 악순환”

25일 경기도 광교신도시 내 의료기 판매점. 사장 김모씨는 관리소에서 날아온 관리비 독촉장을 훑어보고 있었다. 김씨는 “장사가 안 돼 임대료(월 300만원)와 관리비(월 80만원)를 석 달째 못 냈다”며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생도 안 쓰고 나 혼자 일하다 보니 영업시간을 줄였고, 그러니 매출이 주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말했다. 같은 상가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임대료랑 관리비가 몇 달째 밀릴 정도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 곧 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곳 상가 150여 개 중 30여 곳이 관리비를 연체했다. 관리비가 밀렸으니 그보다 금액이 큰 임대료도 못 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상가의 박모 관리센터장은 “지난 연말 5300만원 정도였던 관리비 연체금액이 올해 6월엔 9000만원으로 늘었다”며 “3개월 이상 연체하면 독촉장을 뿌리지만 오히려 연체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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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위례신도시의 400여 자영업자가 입주해 있는 9만㎡ 크기의 한 상가에서도 관리비 연체 금액이 불어나고 있다. 이곳의 관리비 연체액은 지난해 말 1억1100만원이었는데 6월에 2억6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상가 관리비가 보통 3.3㎡당 1만원임을 고려할 때 3억원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중 3분의 2가 미납된 것이다. 안산을 대표하는 중앙상가의 상인들 역시 6000만원가량의 관리비를 연체하고 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월세가 밀리면 나중에 보증금에서 공제해도 되지만 관리비 연체가 누적되면 전기와 수도가 끊겨 영업할 수 없게 된다”며 “그런 관리비조차 제때 못 낸다는 것은 상당수 영세 자영업자가 한계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빈 상가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2분기에 논현동(18.4%)·신사동(9.5%) 같은 서울 강남 대표 상권의 공실률이 전 분기 대비 급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높은 공실률이다. 노경석 한국감정원 부장은 “소형 상가의 임대차 시장은 내수 경기와 직결돼 있다”며 “최고 인기 상권이라고 꼽히는 곳의 관리비 연체가 늘고 공실률이 높아지는 건 그만큼 내수가 안 좋아 자영업이 위기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가 힘든 건 제조업의 수출 부진이 내수 경기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은 연초 최저임금 인상으로 코너에 몰렸었는데 또다시 최저임금이 오르자 폐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정훈·함종선·김민중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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