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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그룹, 회견장 예약 취소해놓고 투자자에겐 “예정대로 진행” 카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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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7일 러일전쟁 당시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울릉도 인근 해저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은 신일그룹이 26일 오전 10시로 예정했던 기자간담회 장소 예약을 돌연 취소했다. 침몰한 돈스코이호는 150조원 상당의 금화가 실려 있는 보물선으로 소개됐다.

연락 불통 … 주변선 “최근 출근 안해” #홈피엔 ‘앞당겨 상장’ 외 공지 삭제

신일그룹은 지난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돈스코이호의 실체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자세히 밝히겠다. 언론사당 기자 1명만 취재 신청을 받겠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장소는 대한상의 회의실로 예정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대한상의 측에 확인한 결과 신일그룹이 잡아놓은 회의실은 25일 오후 4시쯤 예약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공회의소 측은 “해당 기업에서 취소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신일그룹 측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신일그룹 사무실은 23일부터 문이 잠겨 있다. 문 앞에는 ‘당사는 신규 프로젝트 준비로 7월 23~30일 워크숍을 갖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같은 건물에 입주한 회사 직원 최모(51)씨는 “5월 말~6월 초에 입주해선 정상근무를 했지만 ‘보물선’ 기사가 나간 이후 취재진이 몰리자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업식에서 돈 관련 강의를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김정연 기자]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김정연 기자]

신일그룹은 단순한 보물선 인양 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신일골드코인(SGC)’이라는 암호화폐를 만든 곳이다. 지난 24일 신일그룹은 기존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공지사항을 모두 삭제한 뒤 새로운 공지사항 두 건을 게시했다. 그중 하나는 ‘23~24일에 걸쳐 3000만 신일골드코인을 1코인당 200원에서 120원으로 할인해 판다’는 내용이다. 이 회사는 16일에도 ‘16~20일까지 700만 신일골드코인을 할인 판매한다’고 공지했다. 취재 결과 실제 일부 투자자들이 해당 코인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일그룹 측은 해당 코인을 자체 거래소에 상장해 비트코인처럼 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려고 계획했다. 24일 오후 3시엔 ‘보물선 돈스코이호와 관계없이 신일골드코인을 예정보다 앞당겨 상장하겠다. 걱정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직무에 충실하라’는 요지의 공지가 재차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25일 현재 ‘신일골드코인을 앞당겨 상장한다’는 마지막 공지글 외에는 모든 글이 삭제된 상태다.

신일그룹이 예정된 기자간담회장 예약을 취소하면서 간담회 개최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신일골드코인을 구매했다는 투자자 이모씨는 “카카오톡으로 회사 측에 문의한 결과 26일 기자간담회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돈스코이호에서 보물이 발견되면 신일그룹의 기업 가치가 오르고 신일골드코인의 값어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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