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가축도 수난…어제 하루만 가축 74만 마리 폐사

중앙일보

입력

25일 오전 충북 음성의 한 양계 농가. 아침부터 양계장의 온도가 30도 가까이 치솟자 수십 대의 선풍기와 대형 환풍기가 날개를 돌리며 더운 공기를 밖으로 빼내고 있었다. 양계장 밖에서도 살수 차량이 바닥에 물을 뿌리며 온도를 낮추는 등 가축의 폐사를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23일 오후 충남 한 양계농장에서 대형 환풍기가 농장 안의 더운 공기를 밖으로 빼내고있다.[뉴스1]

23일 오후 충남 한 양계농장에서 대형 환풍기가 농장 안의 더운 공기를 밖으로 빼내고있다.[뉴스1]

이날 농식품부ㆍ농촌진흥청ㆍ농협 등의 전문가들과 함께 양계농장을 방문한 농식품부 김현수 차관은 “당분간 폭염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피해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재난 수준의 ‘폭염’에 가축들도 수난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가축 폐사 누적피해는 200만 마리를 넘어섰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전국 곳곳에서 총 217만7237만 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가축별로 보면 닭이 204만2438마리로 가장 많았고, 오리 10만4868마리, 메추리 2만 마리, 돼지 9430마리 등이었다. 소도 1마리가 더위에 폐사했다.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보험금 기준)는 119억1200만원으로 추정됐다.

이달 들어 폭염이 이어지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특히 24일 하루에만 74만9305마리나 되는 가축이 폐사했다. 경북 영천 40.3도 등 주요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등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의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 날이다.

농식품부는 가축 재해보험 가입 농가에 대해 신속한 손해평가를 거쳐 보험금을 조기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보험 가입률은 닭 91.8%, 돼지ㆍ오리 각 72.3%, 메추리 44.2%, 소 8.9%다. 농식품부는 폭염 피해를 본 농가 178곳을 대상으로 11억18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이어진 더위로 가축들의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기온이 기록적으로 높이 올라가 피해가 커진 것 같다”며 “태풍 등 기상적인 변수가 없는 한 8월 상순까지 더위가 이어질 수 있어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