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사자' 양창섭, 마운드 위에선 '어른 사자'였다

중앙일보

입력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삼성 선발 양창섭이 역투하고 있다. 2018.7.6/뉴스1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삼성 선발 양창섭이 역투하고 있다. 2018.7.6/뉴스1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신인 투수 양창섭(19)이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24일 서울 잠실 LG전 6이닝 무실점...시즌 4승째

양창섭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4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4승(2패)째를 거뒀다.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삼성은 양창섭의 호투와 홈런 3방을 터뜨린 타선의 집중력으로 11-2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렸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8승 2패. 두산과 주말 3연전(20~22일)에서 모두 7회 이후 역전패를 당한 LG는 이날 패배로 4연패 늪에 빠졌다.

양창섭의 호투가 빛났다. 구위, 제구, 구속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신인답지 않은 여유와 침착함도 돋보였다. 양창섭은 이날 최고 시속 145㎞의 빠른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로 LG 타선을 요리했다. 6회까지 공 75개만 던질 정도 안정적이었다. 이날 양창섭은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양창섭은 덕수고 시절부터 '프로에서도 바로 통할 투수'로 주목받았다. 고교 2학년이던 2016년엔 청룡기 대회에서 덕수고를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대회 우수투수 상을 거머쥐었다. 지난해에는 팀을 황금사자기 정상에 올려놓고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 지역 1차 자명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끝내 선택받지 못했다.

우선 지명권이 있는 넥센은 휘문고 안우진, 두산은 배명고 곽빈을 뽑았다. LG는 양창섭과 선린인터넷고 김영준을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결국 김영준을 선택했다. 양창섭은 2차 신인 지명 전체 2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2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IA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시즌 2차전 6회말 2사 1, 3루 상황에서 삼성 투수 양창섭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나지완에게 사과하고 있다.2018.3.28/뉴스1

2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IA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시즌 2차전 6회말 2사 1, 3루 상황에서 삼성 투수 양창섭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나지완에게 사과하고 있다.2018.3.28/뉴스1

김한수 감독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호투를 펼친 양창섭을 선발 감으로 지목했다. 시범경기에 두 차례 선발 마운드에 올라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그는 데뷔전이었던 지난 3월 28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두 차례 등판에서도 5이닝 2실점(4월 4일 NC전), 4와 3분의 2이닝 4실점(4월 11일 두산전)으로 잘 던졌다.

강백호와 신인왕을 다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부상이 발목 잡았다. 양창섭은 세 차례 선발 등판을 마친 뒤 컨디션 조절을 위해 2군에 내려갔다. 하지만 1군 복귀 과정에서 오른쪽 쇄골 통증을 느껴 주사 치료를 받았다. 웨이트 트레이닝 도중 오른발목을 접질리면서 1군 복귀가 늦어졌다.

두 달 여만에 마운드에 복귀한 양창섭은 지난 6일 두산전에서 3과 3분의 1이닝 8실점으로 난타당했다. 12일 포항 롯데전에선 2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밸런스가 무너지며 제구가 흔들렸고, 투구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양창섭은 두 경기 실패를 거울삼아 반전을 이뤄냈다. 이날 경기 전 김한수 삼성 감독은 "투구 밸런스가 좋아졌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후반기 첫 등판이던 18일 KIA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1실점을 기록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호투를 이어갔다.

삼성 타선은 경기 초반부터 LG 선발 차우찬을 공략해 점수 차를 벌리며 양창섭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회 초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의 스리런포로 선제점을 낸 삼성은 2회 초 구자욱의 2타점 2루타로 5-0, 리드를 잡았다. 5회 초 강민호의 투런포로 더 달아난 삼성은 6회 초 이원석의 스리런포와 김헌곤의 적시 2루타로 4점을 뽑으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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