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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좋은 지방’ 많은 아보카도서 짜내 영양 풍부한 ‘착한 기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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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김치볶음·오징어튀김·부침개…. 우리 국민의 밥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음식이라는 점 말고도 기름을 사용해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건강한 기름을 사용하면 영양은 배가 된다. 최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면서도 발연점이 높은 아보카도오일이 주목받는다. 이 오일의 원과인 아보카도는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영양소가 풍부한 과일이다. 아보카도와 그 오일에 숨은 건강 이야기를 풀어본다.

아보카도 효능

아보카도는 멕시코와 남미에서 자라는 열대과일이다.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무더운 지역에서 잘 자란다. ‘아보카도’라는 이름의 어원이 흥미롭다. 3~5세기 고대 아즈텍 국가 언어 중 ‘물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뜻의 ‘아구아카테(aguacate)’ 또는 ‘아후카테(ahucate)’란 단어에서 유래했다. 최근엔 아보카도 모양이 악어가죽 같은 질감의 껍질로 싸인 서양배를 닮았다고 해 ‘악어배’라고도 불린다.

칼륨 함량 복숭아 3배, 수박 4배

아보카도는 ‘보석 과일’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영양소가 풍부하다. 비타민 11종, 미네랄 14종이 들어 있다. 특히 미네랄 중 칼륨 함량은 과일 중 최고 수준이다. 아보카도의 칼륨은 복숭아의 3배, 수박·파인애플·라임의 4배에 달한다. 칼륨은 혈액 속 노폐물과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보카도에 각종 영양소가 든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아보카도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아보카도 수입량은 2012년 534t(224만 달러)에서 2016년 2915t(1189만 달러)으로 5.4배 늘었다. 또 한국무역통계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열대과일 가운데 아보카도(2.5%)의 수입 비중은 바나나(69.1%), 파인애플(15.1%), 망고(9.7%), 용과(2.7%)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아보카도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영양소는 바로 ‘지방’이다. 여느 과일과 달리 지방이 많아 ‘숲속의 버터’로 불릴 정도다. 지방은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이자 세포 재생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체온을 조절하고 지용성 비타민의 체내 흡수에도 지방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아보카도의 지방은 80% 이상이 ‘좋은 지방’으로 불리는 불포화지방산이다.

불포화지방산은 체내 좋은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의 수치는 높이고 혈관 벽에 붙은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을 씻어내 피를 맑게 한다. 또 혈액 내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물질을 간으로 이동시켜 혈관·심장을 보호한다. 불포화지방산을 균형 있게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불포화지방산은 체내에서 만들어내지 못해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필수지방산’이라고 부른다.

아보카도에서 짜낸 오일엔 아보카도의 다양한 영양소, 특히 지방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판되는 아보카도오일 한 병에 아보카도 원과 20개가량이 사용된다.

이렇게 만든 아보카도오일의 강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발연점이 271도로 콩기름(241도), 올리브 오일(190도), 코코넛 오일(177도), 마가린(150도)보다 높다는 점이다. 발연점은 기름에 열을 가했을 때 표면에 연기가 생기는 온도다. 아무리 좋은 식물성 기름이라도 발연점이 낮으면 조리할 때 유해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발연점이 높은 아보카도오일이 튀김 요리에 적합한 이유다.

또 하나는 아보카도오일을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영양 성분이 배가된다. 2005년 국제학술지 ‘영양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녹황색 채소 샐러드(220g)를 아보카도오일(24g)과 함께 먹었을 때 베타카로틴의 체내 흡수율이 샐러드만 먹었을 때보다 15.3배 높았다. 아보카도오일이 채소 속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을 몸속에 더 잘 흡수하도록 도운 것이다. 베타카로틴은 몸이 필요로 할 때 비타민A로 바뀐다. 활성산소가 세포를 손상시키지 못하게 해 세포를 보호한다. 또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독성 물질과 발암물질을 무력화시킨다. 아보카도오일은 요리에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생과를 그대로 먹어도 된다. 단 열량을 고려해 하루에 세 숟가락 정도만 섭취하는 게 좋다.

아보카도오일의 품질은 아보카도의 품질, 오일 추출 방식, 보관 방법이 결정짓는다. 아보카도의 품종은 다양하다. 아보카도 최대 생산지이자 원산지인 멕시코의 ‘하스(HASS)’는 다른 품종보다 지방이 풍부하다. 오일 추출 방식도 여러 가지다. 아보카도에 열을 가해 오일을 추출하면 아보카도의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 냉압착 방식은 영양소를 거의 파괴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최상급의 아보카도 원과를 맨 처음 압착한 엑스트라버진 오일은 깨끗한 녹색을 띤다. 질 좋은 아보카도오일이라도 장시간 공기나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산패된다. 빛이 안 드는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두거나 갈색빛의 어두운 병에 담아 보관하는 게 좋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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