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의 「평화시」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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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엔본부=전육 특파원】노태우 대통령은 18일(한국시간 19일 0시) 남북간의 불신을 해소하고 상호교류를 위해 휴전선의 비무장지대 안에 「평화시」를 건설하고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에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의 공고한 바탕을 구축하기 위해 미·소·중·일과 남북한이 각각 참석하는 동북아 6개국 평화협의회를 열자고 제의했다. <연설요지·해설 3면>
노대통령은 이날 제43차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정부수립 후 40년만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행한 「한반도에 화해와 통일을 여는 길」이란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이 회의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번영을 위한 모든 문제를 폭넓게 다루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들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데는 이념과 체제, 입장의 차이 때문에 어려움도 있을 것이나 이들 국가들이 광대한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불가분의 동반자임을 직시한다면 그러한 난관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간 19일 0시부터 30분간 국내 TV와 라디오로 생중계 된 이날 연설에서 노대통령은 『북한이 당장 문을 열고 개방을 실시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다면 휴전선의 비무장지대 안에 「평화시」를 건설, 이곳에서 30년 이상 헤어졌던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자유로이 만나며 민족문화관·학술교류센터·상품교역장 등을 설치하여 폭넓은 교환·교류·교역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제도화하고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창출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평양을 방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나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한간의 기본적인 상호신뢰와 안전보장의 틀을 마련한다는 견지에서 불가침 또는 무력 불사용에 합의하고 이를 공동으로 선언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30여년간의 군사적 대결을 공존·공영의 관계로 대치하는 것은 남북 최고책임자간에만 가능하다고 전제, 『대한민국은 남북 불가침선언이 있기 전에라도 북에 대해 먼저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밝히고 『나는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강치와 통일실현 방안, 남북간의 교류협력, 군비 축소 등 군사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타결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휴전협정을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대체하는 구체적 방안도 이 회담에서 강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북한이 책임 있는 성원으로 국제사회에 참여하고 남북은 서로의 위치를 인정하고 민족전체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우리의 우방국가들이 북한과 관계를 증진하여 북한의 개방과 발전에 기여해주기 바라며 북한과 가까운 사회주의국가들이 우리와 우호친선관계를 증진해 가더라도 북한과 더욱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들과 더욱 협력해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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