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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때 국회·언론 무력화 기도 … 전차로 특전사 투입 계획도 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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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3호 01면

청와대가 20일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 외에도 67쪽짜리 부속 문건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군이 언론과 국가정보원은 물론,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까지 무력화하려 했다는 내용도 발췌해 공개했다.

청와대 기무사 부속문건 공개 #1980년 계엄령 내용도 포함 #여권 “쿠데타 음모 단호히 조치” #야권 “선별적인 공개는 정략”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가 어제(19일)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에 제출한 자료를 받아 본 문재인 대통령이 문건 공개를 지시했다”며 이같이 브리핑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국군기무수령부의 ‘계엄령’ 문건에 딸린 67쪽짜리 부속 ‘대비 계획 세부자료’ 일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국군기무수령부의 ‘계엄령’ 문건에 딸린 67쪽짜리 부속 ‘대비 계획 세부자료’ 일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비 계획 세부자료’라고 명명된 부속 문건은 ▶단계별 대응 계획 ▶위수령 ▶계엄 선포 ▶계엄 시행 등 네 가지 분야를 포함해 총 21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고 김 대변인은 말했다. 청와대는 계엄령 문건(‘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과 동일한 시기인 2017년 3월, 기무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됐을 경우를 상정해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에서 통상적으로 2년마다 수립하는 ‘계엄실무편람’과는 상이한 내용이라고도 했다.

김 대변인은 “해당 문건엔 ‘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보안유지하에 신속한 계엄 선포, 계엄군의 주요 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의 관건’이라고 적시돼 있다”고 말했다. 또 전국 비상계엄 선포 건의, 비상계엄 선포문, 담화문, 포고문 등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1979년 10·26(사태), 80년(광주 민주화운동) 계엄령 때의 것과 함께 2017년 3월에 공포할 내용이 나란히 함께 있었다”고 전했다.

계엄 선포와 함께 군이 국회·언론·국가정보원 등을 통제하는 방안 등도 담겨 있다고 청와대는 말했다. 국회의 경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는 헌법 규정과 관련, 당시 여당이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해당 표결에 불참시키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언론 검열과 관련해 김 대변인은 “언론사별로 몇 명이, 구체적으로 어느 기관에서 가는지가 나와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의 경우 국정원 2차장이 계엄사령관을 보좌토록 조치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계엄사령부가 어디에 위치할 것인지와 집회 예상 지역인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 계엄군을 투입하는 방안도 문건에 포함됐다. 김 대변인은 “중요 시설 494개소 및 집회 예상 지역 2개소인 광화문과 여의도에 기계화사단, 기갑여단, 특전사 등으로 편성된 계엄 임무 수행군을 야간에 전차·장갑차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투입하는 계획도 수립돼 있었다”고 했다.

◆송영무 보고받고도 조치 안 해=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이날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3월 16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령 문건과 67쪽짜리 문건을 모두 보고했느냐’는 질의에 “관련 문건을 보고했다. (송 장관이) 놓고 가라고 해서 (사무실에) 놓고 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넉 달여 동안 두 문건 모두 송 장관에게 있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독립적 수사단을 구성해 수사하도록 지시한 10일이나, 계엄 문건과 관련해 각 부대와 주고받은 모든 문서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한 16일 이후에도 송 장관은 부속 문건을 청와대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별수사단이 16일 기무사가 제출한 USB(이동식저장장치) 확인 과정에서 부속 문건의 존재가 드러났으며, 특별수사단은 18일 송 장관으로부터 뒤늦게 해당 자료를 임의로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속 문건이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에게 보고됐는지도 논란이다. 한 장관 측은 그동안 “국방부 공식 회의에서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계엄령 문건을 보고받고 모든 논의를 종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부속 문건이 실행 계획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단순한 검토가 아니라 실행을 염두에 뒀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여러분들이 판단해 달라”고 말을 아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그러나 “역사를 4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군의 정치 개입과 쿠데타 음모”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청와대가 군 수사단에 앞서 서둘러 공개한 점을 문제삼았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문건을 보고받고 청와대 대변인이 선별적으로 공개하는 상황에서 독립된 수사단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진실을 규명하고 군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정치적·정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위문희·김준영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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