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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토종견 '댕갱이'를 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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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북 경주시의 희귀 토종 개인 동경견(東京犬)이 한국 대표 토종 개의 하나로 육성된다.

경주시는 동경견의 혈통 보전을 위해 사육 대상 12가구를 선정, 42마리를 키우기로 했다. 선정된 12가구에는 10개월간 사료.관리비 명목으로 월 4만원씩 지원된다.

경주시는 또 서라벌대 '동경이 연구소'와 손잡고 혈통 보전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동경이연구소 민만기(40.애완동물보건관리과 교수) 소장은 "동경견은 국내에 100여 마리만 존재할 정도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며 "혈통 보전을 통해 진도.풍산개처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토종견은 진도.풍산.제주.삽살개 등이 있다.

동경견은 꼬리가 없거나 5㎝ 이하로 짧고 외형은 진돗개와 비슷하며, 영리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데다 사냥을 잘한다.

동경은 고려시대 경주의 지명(地名)이다. 조선 순종 때 한국의 문물지도를 모아 간행된 '증보문헌비고'에는 '동경의 지형은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는 형상인 까닭에 그곳에서 태어난 개는 꼬리가 없거나 짧은 것이 많았다'며 동경견을 구이(狗異.이상한 개)로 기록하고 있다.

또 세종 후기의 문헌인 동국어록에는 '꼬리가 짧거나 없는 개를 동경구(東京狗)라고 한다'고 돼 있다. 요즘은 경상도에선 '댕갱이', 전라도에선 '동개', 강원.경기도에선 '동동개'로 불린다.

8년째 동경견을 키우며 혈통 보전 방법을 연구 중인 박병후(44.자영업.포항시 흥해읍)씨는 "경주에서 4~5세기께 흙으로 만든 꼬리 없는 개 인형이 출토된 점 등으로 미뤄 동경견의 역사는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박씨는 동경견 20여 마리를 이웃에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동경견은 뒷다리가 튼튼해 점프할 때 순발력이 특히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경주시 축수산과 이상호(57) 담당은 "동경견은 사냥.안내.구조견 등으로 활용된다"며 "한국의 대표 토종견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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