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뉴스 들으며 검색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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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탈주 범들은 검문을 피하기 위해 책을 든 대학생 차림으로 대학 안에서 밤을 새우고 변장을 위해 안경을 쓰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서울시내 지도와 라디오를 갖고 다니며 뉴스를 듣고 검문검색이 심한 지역을 피해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특히 "도주가 어려울 경우 대학 안으로 들어가 학생들에게 우리의 주장을 다 밝힌 뒤 자살하자"고 뜻을 모은 것으로 밝혀져 경찰은 대학가 주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탈주 직후인 8일 오후 1시쯤 신답 전철 역 앞으로가 식사를 한 뒤 택시로 전농동 로터리로 가 양품점에서 옷을 샀으며 오후 2시쯤에는 연대 앞까지 택시를 타고 간 뒤 약국에서 신경안정제·소화제 등을 샀고 신촌시장에서 운동화와 양말·옷 등을 산후 봉원사 부근 산 속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 때 지강헌·강영일 등은 권총에 탄창을 끼우고 격발 연습까지 했다는 것.
이들은 특히 오후 3시40분쯤에는 서울대 병원에서 재집결, 수사 혼선을 위해 김동연의 누나에게 "강남에 있는데 우이동에 가보니 보물을 파갔더라" 는 전화를 걸기도 했으며 강영일은 이때 변장을 위해 안경을 사 쓰기 시작했다.
이들은 또 도피 중 고대·한양대 뒷산에 숨어 술과 식사를 했으며 김동연·지강헌·강영일 등은 행당동 박진수씨 집을 나온 직후인 12일 오전 명동성당 미사에도 참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탈주 범 수사에 나선 검·경 합동수사대는 14일 탈주 범들이 권총과 흉기로 강도를 한 것으로 미뤄 성격이 난폭한 지강헌이 자수를 권유하는 김동연을 따돌린 뒤 도피 자금 등을 마련키 위해 적극 범행에 나선 것으로 보고 대학가 주변에 대한 집중수색을 펴고 있다.
경찰은 특히 김동연이 "돈이 있으면 지방으로 갈 계획을 세웠었다" 고 진술한 것을 중시, 이들이 범행 후 외곽도로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경찰병력 2만여 명을 동원, 외곽도로로 연결되는 모든 도주로에 검문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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