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행동 섣불리 간섭 말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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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업 성적은 유아기 때의 정서 안정과 자신감, 적응능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유아기 때 형성되는 정서적 안정감은 부모와의 따뜻한 유대관계를 통해 키워질 수 있다. 아이에게 충분히 사랑을 표현하고 때로는 어리광도 적절한 수위에서 받아주면 아이는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에게 신뢰를 갖고 안정되게 성장한다.

정서적 안정 못지 않게 유아기 때 형성되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인격 요소는 자신감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부모의 자세가 필요하다. 맡긴다는 것은 아이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되 섣불리 간섭하거나 도와주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기거나 걷기 시작하는 1~3세부터 아이들은 왕성한 호기심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어지럽힌다. 그럴 때는 아이의 행동을 나무라기보다 위험한 물건을 치워놓고 아이가 호기심과 탐색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혹 아이가 다치지 않을까 염려해 조바심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금씩 다치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양육 태도가 중요하다.

아이들은 말을 하기 시작하는 2~4세부터 서툴지만 조금씩 자기 의견을 표출한다. 가령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을 때 스스로 하겠다고 나서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여유를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 약속시간에 늦는다고 아이를 재촉하거나 대신 해주겠다고 나서면 아이는 커서도 자신감이나 책임감을 갖지 못한다. 평소 생활 습관을 통해 아이의 인격이 하나씩 형성되어 간다는 것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아 교육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는 4~6세의 아이들은 사소한 일로 친구들과 많이 다툰다. 그러나 아이들의 싸움은 어른들과 달리 싸움과 화해가 반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부모들이 나서서 중재하려 하지 말고 아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워 나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7~9세의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기 견해가 성립되고 나름대로 논리 있게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때로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성가시고 버릇없게 여겨질 수 있지만 아이가 하는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부모가 해줘야 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끊기 있게 지켜보고 아이 스스로 해답을 찾고 배워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면 아이들은 충만한 자신감으로 어떤 환경에서든 건강하게 적응해 나가는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다. 10년, 20년 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부모의 기준에 맞춰 키워진 아이보다 자신감과 창의력으로 무장된 아이들이 주인공이 될 것이다. [김혜은 (위즈 아일랜드 수원 영통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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