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추세에 따른 소재 폭과 표현 영역의 확대로 활성화하고 있는 방송의 쇼·코미디프로그램이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이 드러났다.
방송위원회 (위원장 강원용)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88년 연차보고서(87년 9월 1일∼88년 8월 31일)에 따르면 해당기간 중 각 방송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반권고대상 7건 중 쇼·코미디에 관한 것이 2건을 차지했다.
이 같은 사실은 초·중·고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가 바로 쇼·코미디(36·1%)라고 밝힌 한국응용통계연구소(소장 김호일)의 TV시청 선호조사 결과와 관련,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일부 쇼 및 청소년 대상 공개방송 프로그램에 특정 가수의 출연과정에서 10대 청소년 방청객들이 과열반응을 일으켜 기성·고성을 연발하는 소란스런 분위기가 여과되지 않은 채 방영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쇼·코미디프로그램은 고성으로 떠들며 싸우는 등 소란스런 분위기, 상대방에게 손찌검하는 습관적인 행위, 욕설 등 거친 표현과 유행어·조어의 남발, 뒷골목 불량배의 행동거지 등이 들어있어 청소년들의 정서함양과 바른 언어 생활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
쇼·코미디에 대한 「일반권고」는 87년 보고서에서도 총 9건 중 3건이나 차지하고 있어 이들 프로의 폐해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87년 보고서는 쇼프로에서 출연자들의 신체과잉 노출, 호화스런 의상, 선정적인 무용 동작 및 현란한 조명, 신체 세부의 근접 화면 등을 지적했다.
청소년 대상 라디오 DJ 프로그램은 진행자의 경박한 언어구사가 문제됐고 야간유흥업소를 무대공연장으로 삼은 일과 사치성 패션쇼를 방영한 것도 소비심리를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같이 저질스럽고 선정적인 요소들은 잇단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면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어 각 방송사가 방송심의위원회의 권위를 전혀 인정치 않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지난 3일 황금시간대인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방영된 양TV의 서울올림픽 국민축제 「영광·서울코리아」를 들 수 있다.
이 쇼프로에 잠가한 여자 무용수들은 전신의 윤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비키니 차림으로 온 가족이 모인 안방에 침입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단순히 대중들의 기호에 영합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그들의 건전한 의식을 마비시켜 향락주의적인 인생관을 갖도록 하는 적극적인 해악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처럼 무분별한 요소들은 의식의 형성기에 있는 청소년들을 주요대상층으로 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조치가 절실하다는 의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