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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갑이 아니다, 저자세로 서빙하는 종업원 되지말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효찬의 서빙신공(2)   

사람들은 ‘서빙’을 가볍게 여긴다. 프랑스어 사전에는 서빙을 ‘남을 돕다’‘추진하다’‘봉사하다’와 같이 긍정적으로 정의하지만 한국에서는 음식점이나 카페 따위에서 손님의 시중을 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서빙에 긍정적인 옷을 입히기 위해 ‘서빙신공’을 만들었다. 이 서빙신공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의 인식도 바뀌고 팁 문화도 생기길 바란다. 동료의 마음을 얻으면 진짜 파트너가 돼 주고, 손님의 마음을 얻으면 단골이 된다. 마음을 훔치는 진짜 서빙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식당 주인이라면 이런 고민을 한 번쯤은 해봤을 거다. 오늘 새로 들어온 직원이 손님에게 실수해 컴플레인이 걸리거나 가게 이미지가 혹시라도 나빠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손님은 이 직원이 오늘 일일 알바인지, 오래 일한 종업원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어느 가게는 신입 직원에게 명찰을 달아주곤 한다. 행여 실수할지라도 손님이 너그러이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식당 주인은 신입 직원이 행여 손님에게 실수해 컴플레인이 걸리거나 가게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고민한다. [사진 freepik]

식당 주인은 신입 직원이 행여 손님에게 실수해 컴플레인이 걸리거나 가게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고민한다. [사진 freepik]

서로가 서로를 몰라보는 상황에선 오히려 서버에게 기회가 있다. 자신의 행동에 따라 손님의 태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빙신공은 항상 나를 지키는 데에 쓰인다. 허장성세가 아닌 사장기개(社長氣槪)로 나를 지켜내야 한다.

사장기개의 포인트는 3가지가 있다. 신체언어를 쓰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공정거래를 하는 것이다.

신체언어를 써야 하는 이유

손님의 눈엔 심리가 담겨있다. 거기에서 배고픔, 포만감, 짜증남 등의 감정 상태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흔히 손님과 대화할 때 항상 눈을 마주치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손님과 서버 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관계에서도 계속 눈을 마주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보통 6~10초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눈만 오래 마주치면 상대방은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시선 처리는 매우 중요하다. 시선을 다 먹은 테이블의 빈 그릇에 둔다면 고객은 나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주문을 받을 때는 메뉴판을 바라보다 고객이 손짓하면 언뜻언뜻 손을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얼굴을 바라보다 중요한 순간에는 눈을 마주치기도 한다. 언어는 몸짓 전체에 있기에  시선은 그것을 따라가 주면서 공감을 표시해야 한다.

저자세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서버가 스스로를 낮춘다면 존중받을 수 없을 뿐더러 손님의 격도 떨어뜨린다. [사진 pxhere]

서버가 스스로를 낮춘다면 존중받을 수 없을 뿐더러 손님의 격도 떨어뜨린다. [사진 pxhere]

서버가 스스로를 낮춘다면 결코 존중받을 수 없다. 접객문화를 헤치는 요인이자 손님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늘 저자세로 있으면서 고객의 요구를 무엇이든 다 들어주게 되면 감동도 없고 서비스도 당연한 것이 돼 버린다. 서비스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이 없으면 손님의 요구를 아무렇지 않게 들어줄 수밖에 없다.

서버도 마찬가지다. 내가 ‘세상을 서빙하다’라는 주제로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란 TV 프로그램에서 했던 이야기가 있다. “저는 사장 마인드로 일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기업의 사장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할지 언정 제 인생은 아르바이트가 아니니까요.”

이것이 꼭 정답이라 할 수 없지만 이런 생각으로 일한다면 접객과 관련한 나의 태도가 저자세로, 혹은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 없다. 그리고 손님들은 사장기개인 나를 존중하게 되고, 그 존중이 서로에게 선순환이 돼 가장 이상적인 분위기를 구현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손님과 갑을 관계가 아닌 공정거래 하려면 

손님과 가게가 갑과 을이 되거나, 공정거래를 하는지는 가게의 태도에 달려있다. 만원이란 금액의 가치는 만원이다. 만원짜리 음식에 대한 가치는 만드는 사람의 태도와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공정거래가 되지 않고 갑과 을 관계가 되는 것은 돈 주고 맛없는 음식을 먹을 때, 제값을 내고도 좋지 않은 서비스를 받았을 때다. 그러다 보면 그 가게에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게 되고, 그때부터 질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한다 해도 파리만 날리게 된다.

손님과 가게가 갑과 을이 되거나, 공정거래를 하는지는 가게의 태도에 달려있다. [사진 freepik]

손님과 가게가 갑과 을이 되거나, 공정거래를 하는지는 가게의 태도에 달려있다. [사진 freepik]

그때 떠난 손님을 다시 부르려는 시도가 나온다. 가게는 손해를 입더라도 말도 안 되는 서비스를 하기도 하며, 원가를 생각하지 않는 음식을 내놓기도 한다. 만약 고객들이 반응하면 주변의 가게들은 동요하며 흔들리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값싸고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지속할 힘이 없다. 돈을 못 벌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부터 손님들이 가격을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는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본은 장인정신으로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가 많다. 그들의 언행엔 자부심이 넘친다.

이쑤시게 한 통 2만6000원에 파는 일본 회사

예를 들어 일본에는 300년 된 이쑤시개 회사 ‘사루야’가 있다. 비싼 이쑤시개는 한 통에 대략 2만6000원에 판매된다. 10년 이상 숙달된 전문가는 하루에 대략 2000개 정도 만드는데, 이쑤시개의 길이마다 의미와 용도가 다르다고 한다. 고객도 충분히 그 노고를 존중하고 이해하니 300년이나 지속하지 않았을까. 무엇이든 그 안에 노고가 있다면 충분히 존중받게 된다.

우리나라도 식당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이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예우하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이런 글이 지면으로 나갈 수 있는 이유도 사회의 공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신호라 생각한다. 최선을 다한 서버의 하루가, 최선을 다한 전문가의 가치가 온전히 존중받고 깊어질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스타서버 이효찬 starserving@eunha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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