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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공약제안 지도 나왔다 - ■ 서울 25개 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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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발전 수준과 여건에 따른 자치구별 정책 수요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 지역 597건 중 대부분의 자치구에서 주거환경 개선 분야(155건.26%)와 교통.안전 분야(105건.17.6%) 공약의 빈도가 1, 2위를 다퉜다.

대신 지역 개발에 대한 수요는 다른 지역에 비해 미미한 편이었다. 전체 597건 중 10건(1.7%)에 불과했다.

굵직한 도시계획 프로젝트, 대형 개발사업 같은 것보다 주거환경 정비를 통해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시키자는 생활밀착형 수요가 많았다. 이런 경향은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에서 두드러졌다.

◆ 교육문제 시각 다른 강남.북=자녀 교육은 강남.북 주민의 공통 관심사였지만 접근법엔 차이가 났다.

강북구에선 "구청이 영어학원을 직접 운영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도봉구의 주민은 "창4동 현대 아이파크 4차 아파트 옆 공터에 영어 체험 학습장을 세우자"고 했다. 마포구 주민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필리핀.인도네시아 여성들을 활용한 구립 영어 공부방을 열자"거나 "학부모들이 원하는 유능 강사를 초빙해 구청이 학원을 직접 운영하라"고 주장했다. 강남 지역의 사교육 수준에 맞추기 위해 자치구청 주도의 공교육 활성화를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송파구의 학부모는 "강남구 대치동처럼 유명하고 안심할 수 있는 학원이 송파구엔 매우 적다"며 "학원을 멀리 다니면 교통비도 많이 들고 부모들도 번거로운 만큼 (학원 유치) 대책을 세워라"고 했다. 공교육의 역할 확대보다는 사교육 인프라 확충에 강조점이 있다.

'우수 학교 유치' 역시 상당수 자치구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숙제였다. 그러나 "자립형 사립고.특목고를 유치해 서울대가 있는 '교육 자치구'로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관악구민의 제안, "학교 유치를 지역 개발의 초석으로 삼자"는 은평구민의 생각, "왜 잠원동엔 고등학교가 없어 옆 동네 반포동으로 통학해야 하나요"라는 서초구민의 문제의식엔 자치구별 교육환경의 차이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대중교통 문제도 다르지 않다. 성북구의 주민은 "아리랑 고개 정상 부근의 아파트 단지에서 시내 쪽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 하나뿐이니 노선 증설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길음역부터 교대역.사당역 등 강남의 주요 지하철역까지 성북구민을 실어나르는 출퇴근용 통근버스를 구청이 직접 운영하라"고 요구한 주민도 있었다. 강북.은평구에선 지하철역까지 운행되는 마을버스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이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확충하라는 요구들이 강남 지역엔 없다. 강남엔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워낙 촘촘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강남구에선 "보도와 인접한 차도의 일정 구역에 노란색 표시구간을 설정해 택시의 승하차를 금지시키자"거나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앞 도로에 항시 주차하는 택시들을 단속해 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강북 지역 주민이 대중교통의 수혜자 입장에서 '확충' 쪽에 무게를 뒀다면 강남 주민들은 원활한 교통 흐름을 막는 대중교통 수단을 견제하자는 데 포커스를 맞춘 셈이다.

강북 지역에선 자치구의 예산확보 노력을 채근했지만 강남 지역에선 반대로 예산 낭비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다시 깔면서 예산을 낭비하지 말자"(서초구.송파구)는 것이다.

서초구에선 "이렇게 예산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서초구 이름으로 다른 구에 예산을 기증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 "목표는 주거환경 개선, 그러나 갈 길은 다르다"=주거환경 개선엔 한목소리였지만 절실함의 강도와 방법론은 천차만별이었다.

강남구 주민의 목소리엔 개발부담금 부과 등 현 정부의 재건축 억제 정책에 대한 반감이 묻어 나왔다. 그 외엔 "한강 시민공원에 식수대를 설치하라. 축구장에 잔디를 깔아 달라. 이정표를 정비하라"며 미시적.문화적인 욕구충족을 위한 제안이 많았다.

종로.중.동대문구 등 사대문 안 지역은 마구잡이개발 시정 등 거리환경 개선 쪽에 무게가 실렸다. "노점상을 정비해야 한다"(종로.동대문), "을지로 주변의 소규모 상점들을 정비하자"(중구)는 의견들이다. "무질서한 상가 간판들의 패턴을 통일하자"(동대문)거나 "공모전을 통해 거리의 쓰레기통 디자인을 새로 하자"(종로)는 제안도 거리의 미관을 염두에 뒀다는 점에서 같은 범주다.

영등포구와 광진구 등의 부도심 지역엔 "영등포 역 주변 성인오락실을 일망타진하라"(영등포), "뚝섬 유원지역 주변 일방통행길 등 우범지역에 가로등을 설치하고 치안을 강화하라"(광진)는 유해환경 개선 요구가 줄을 이었다. 동대문구에서도 "장안평역에서 장안네거리 사이에 있는 퇴폐업소들의 호객행위를 단속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나왔다.

◆ "청계천 벤치마킹"=서대문구에선 "홍은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홍제천을 복원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제안자는 "재원은 정부 지원과 기업의 찬조금으로 충당하면 된다"며 "개천 구간에 찬조 기업의 홍보관 등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구로구와 중랑구에선 각각 도림천과 중랑천 주변을 새로 단장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청계천 복원이 지역 주민의 기대수준을 높인 것이다. 은평구의 주민도 "불광천 주변의 공터를 주민에게 대여해 꽃밭이나 채소류를 가꿀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 공약제안지도 작성팀=전영기.김상우.김정욱.채병건.서승욱 기자, 오수길 한국디지털대 교수, 박홍순 매니페스토 추진본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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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잡습니다

5월 1일자 5면 '서울 25개 자치구별 공약제안 지도' 그림 중 동작구에서 제시된 공약제안인 "이수사거리~사당역 구간 도로 확충"에 대해 동작구민 독자께서 "이수역 사거리의 교통 혼잡은 남성역 방향으로 향하는 도로로 진출입하는 과정에서 집중 발생하는 만큼 도로 확충이 필요한 구간은 이수사거리~사당역이 아닌 이수사거리~남성역으로 지적하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알려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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