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민주주의'의 가능성도 확인해 줬다. 우리나라의 정치.사회 문화는 그간 지나치게 '큰' 담론들을 거론해 왔다. 대부분의 유권자가 지역문제에는 무관심했다. 하지만 지방자치와 관련해서는 더욱더 '작게'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갈 필요가 있다. 공약은행은 유권자들이 자신이 사는 고장의 현안이나 문제를 돌아보고, 이를 통해 작지만 생활 속의 아이디어로 대안을 제시하도록 유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실제로 공약은행에 예금된 공약들에는 지역 특성이 담겨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노점상 정비, 강남구의 폭주족 단속 등은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정책들이다. 기존의 공청회나 여론조사 방식을 뛰어넘은 새로운 주민 참여 통로를 만든 것이다. 의례적 행사나 조사에는 이해 당사자들만이 참여해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공약은행은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현안을 '주민 수요'라는 데이터베이스로 전환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맞아'라고 공감할 내용들이 들어 있다.
이번 공약은행 분석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성과는 한국 국민의 성숙도가 매니페스토 운동이 자리 잡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공약은행은 이번 지방선거 때만 운영될 것이 아니라 향후 당선자 평가에도 검증의 근거로 활용돼야 한다. 공약은행에 예금한 시민들이 명예감사관으로 참여하는 등 참여 민주주의의 구체적인 모델을 계속해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