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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추억의 드라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올림픽이 무사히 끝나가고 있다. 대회는 성공을 거둘 것 같다.
날씨면에 있어서도 연일 맑은 가을날씨가 계속, 지금까지 이처럼 날씨의 혜택을 입은 올림픽대회도 드물 것이다.
대회를 앞두고 걱정했던 북한의 올림픽 불참에 따른 안전면에서의 불안도 한낱 기우로 끝난 것 같다.
12년만에 동서 양진영이 참가하는 대회, 과언 각경기마다 수준높고 열띤 경기를 벌임으로써 서울올림픽은 최고의 수준으로 분위기가 고조됐다.
그러나 육상 남자 1백m경기에서 9초79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지만 도핑(약물복용)검사에서 실격, 금메달을 박탈당한 캐나다의 「벤·존슨」사건등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
「존슨」이 도핑검사에 의해 불합격판정을 받은 것은 실로 충격적인 뉴스였다.
「존슨」에 앞서 금메달을 딴 2명의 불가리아 역도선수가 도핑검사결과 금메달을 박탈당했으나 「존슨」의 경우는 그의 지명도에서 볼때 매스컴으로선 「최고의 뉴스」였다.
『「존슨」이 도핑검사에 걸렸을 것 같다』는 뉴스 제1보를 들었을 때 『과연 그랬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큰일났구나』하고 쇼크를 받은 것이 당시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오늘날 운동선수에게 있어서 약물은 「마법의 약」이 돼있다.
아무리 새로운 도핑테스트 방법을 개발해도 다른 약물이 새로 등장하는,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끝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존슨」의 실격처분이 모든 선수에게 경고를 주는 효과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약물을 구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이번 「존슨」의 행위는 사기임이 분명하다. 수치스런 행위다. 특히「존슨」을 국제족인 육상스타로 존경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이번 사건을 무어라 설명할 것인가. 어린이들이 입을 상처는 실로 엄청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복싱등에서 판정을 둘러싼 소동도 앞으로 하나의 교훈을 주는 사건이었다. 판정에 불만을 품은 한국 코치들이 심판을 폭행한 이 사건을 일본의 매스컴도 크게 기사로 취급했지만 보다 센세이셔널하게 보도한 것은 미국의 NBC-TV였다.
이를 계기로 한국내에 반미감정이 과열, 험악한 무드로까지 발전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수영선수의 절도사건과 육상선수가 택시에 발길질을 한 사건까지 겹쳐 한국 매스컴의 미국에 대한 반감이 더욱 증폭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의 복싱은 인기가 높다. 더구나 서울에서의 경기가 아닌가. 따라서 한국측이 흥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판정은 어쨌든 폭력행위에 호소해서는 안된다.
일본과 미국의 보도가 한국민의 신경을 거슬린 것은 사실이다. 센세이셔널한 보도는 좀더 신중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사건은 한국민과 외국언론 쌍방 모두에 이같은 교훈을 주고있다.
이번 대회를 지탱해온 큰 요인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자촌을 예로 들때 그들의 노고에 머리가 숙여진다. 특히 밤늦게 우리 일본보도진이 기숙사에 돌아가면 기숙사 담당 자원봉사자들은 밤늦게, 그리고 아침 일찍에도 우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주었다.
이밖에 올림픽 관련시설·각종 경기장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야말로 이번 대회를 성공으로 이끈 숨은 공로자들이다. 조직위원회(SLOOC)는 마땅히 표창장을 주어야하지 않을까?
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후로 지금까지 7년. 길고긴 준비를 거쳐 열린 서울올림픽도 이제 16일간에 걸친 경기를 모두 마치고 끝을 맺으려 하고 있다.
실로 허망하기까지 한 일이다.하지만 이 16일을 성공으로 이끈 이면에는 지난 7년간의 노력이 숨어 있다.
붉게 타오르던 성화는 점차 꺼져가지만 전 세계의 운동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힘과 기를 겨룬 올림픽의 정신은 4년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필자가 약 한달을 보낸 메인 프레스센터(MPC)와도 이젠 작별이다. 가장 서운한 것은 MPC내에서 경비를 맡은 군용견 「비스」와의 작별이다.
어느 날인가 도쿄에 전화를 하고 있을때 갑자기 우리 방안으로 들어와 필자를 놀라게 한 큰 셰퍼드. 바쁜 일과에 몰두하고 있는 우리를 걱정해서일까 매일 아침·저녁으로 우리방에 들어와 폭발물이라도 없나 하고 살피는 믿음직하고 사랑스런 개였다.
지난 8월중순 서울에 온이래 벌써 두달이 가까와졌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벌써 코스모스 피는 계절 가을이 된 것이다.
쾌적했던 서울생활에 일본을 잊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그것은 아마 그동안 한국인들이 베풀어준 따뜻한 환대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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