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기무사의 진실, 정치적 수사로 흘러선 곤란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는 또 다른 정치적 논란거리가 됐다. 정상회담을 위해 국빈방문 중인 인도에서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할 정도로 이번 사건이 급박하고 위중한 것인가 하는 의문에서다.

물론 군 인권센터가 밝힌 것처럼 기무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위수령을 발령하고 계엄령 선포를 계획했다면 관련자들은 응당 처벌의 대상이 돼야 한다. 자유민주사회에서 군의 정치 간여 행위는 반민주적이고 역사의 퇴보다. 기무사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사찰 의혹도 규명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불거진 이번 사건이 이달 들어 쟁점화된 것에는 현 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 기무사 개혁 또는 폐지를 위해 이번 사건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첫 번째다. 또 ‘재판 거래’라는 명분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직 법원행정처 인사들을 적폐로 규정한 것과 맞물려 이번 사건도 과거 정부 인사들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청와대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을 사고 있는 민주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를 물타기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야당에선 현 정부가 가설적 성격이 강한 기무사 문건까지 들먹이며 적폐몰이를 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벌써부터 군 내부에선 현 정부와 대척점에 있었던 특정인을 염두에 둔 수사라는 수군거림이 있다. 그 때문에 이번 사건 수사는 “우리가 하면 정의”라는 형태의 독선적 정치색을 띠고 적폐몰이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조만간 임명될 수사단장은 여권의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먼저 독립해 수사에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