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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극으로 엮은 이차돈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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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1막이 오르면 불교가 전래되기 전의 신라. 토속신앙 적인 분위기가 물씬한 가운데 팔월한가위를 맞아 길쌈놀이가 벌어지고 추수감사제가 열린다.
한편 왕이 직접 참가하는 국궁대회에서는 죽마지우인 이차돈과 커칠마로가 겨뤄 이차돈이 승리한다.
왕은 이차돈이 장원을 했고 평양공주의 배우자로 부마가 될 것이라고 선포한다. 그러나 이차돈은 자신은 이미 달아기와 정혼한 사이임을 밝힌다. 평양공주의 애증의 춤, 거칠마로의
공주를 향한 구애의 춤이 펼쳐진다. 왕은 이차돈의 추방을 명한다.
제2막은 추방된 이차돈이 무봉 큰스님과 해후하여 인생에 대한 환멸과 절망을 딛고 불교의 진리를 깨달아 마침내 불교를 위해 목이 베어져 죽임을 당하는 내용이 펼쳐진다.
거칠마로와 이차돈의 운명적인 대결의 춤이 벌어지고 왕의 명령으로 목이 베어진 이차돈이 흰 피를 흘리며『불타여! 불타여!』를 외치는 속에 막이 내린다.
28∼29일(오후3시·7시30분) 국립극장 대 극장에서 공연될 국수호 대본·안무·주역의 『하얀 초상』은 신라시대 불교를 위해 순교한 이차돈의 삶을 소재로 한국적인 정서와 정신을 담은 무용극.
국립무용단 지도위원인 국씨가 86년 9월 문예진흥원이 실시한 88올림픽 문화예술 축전을 위한 공연예술 부문별 작품공모에 응모하여 한국무용부문 대본 입상작으로 뽑힌 작품이다.
그는『이차돈이 순교할 때 흰 피가 하늘로 치솟았다는 전설에 따라「하얀 초상」으로 제목을 붙였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흔한 종교 물이 되지 않도록 이차돈이 출세·명예·사랑 등의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를 힘겹게 종교를 통한 깨달음을 기본으로 극복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국립무용단 (단장 송범) 의 서울국제 무용제 참가작품으로 고분벽화 속의 인물을 연상시키는 복식과 무대장치, 박범훈 작곡과 중앙대 관현악단의 반주, 불광사 합창단 등의 노래 등이 장중한 무용극의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무대장치는 고분벽화속 인물들이 자연스레 등장하는 것처럼 꾸미고, 원형무대의 높이를 전체적으로 높여 무대와 객석을 좀더 가깝게 느끼게 했다는 것이 무대감독 박인원씨와 장치디자이너 최연호씨의 설명이다.
의상은 지금까지의 한국무용에서 주로 입던 화려한 한복이 아니라 한국고유의 빨강·노랑·파랑·흰색·흑색 등 5방 색을 주로 쓰되, 겉옷과 속옷을 분리하여 제작, 춤추는데 지장이 없도록 했다고 한다.
이차돈 역에 국수호·손병우, 거칠마로역에 윤상주·차효영, 달아기역에 최영숙·윤성주,평양공주역에 이미미·최정왕씨가 더블 캐스트로 출연한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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