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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처한 토종 양비둘기, 부처님 품에서 보호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리산 화엄사 경내 건물 지붕 위에서 쉬고 있는 양비둘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화엄사 경내 건물 지붕 위에서 쉬고 있는 양비둘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에 처한 토종 비둘기 양비둘기가 지리산 자락에 있는 화엄사·천은사 등 사찰에서 터전을 잡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달 조사에서 지리산국립공원 내 화엄사에서 비둘깃과 토종 텃새인 양비둘기 1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양비둘기는 현재 각황전 등 사찰 내 건물의 처마 밑에서 알을 낳고 번식하며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는 2007년 관찰됐으나, 2009년부터 자취를 감췄다가 이번에 다시 발견됐다.

학명이 콜룸바 루페스트리스(Columba rupestris)인 양비둘기는 낭비둘기 혹은 굴비둘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1882년 미국 조류학자 루이스 조이가 부산에서 포획해 신종으로 올렸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했으며, 이번에 발견된 화엄사 10여 마리 외에 같은 구례군의 천은사에 2마리가 더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천은사에서는 2011년 5월 처음 발견됐고, 당시에는 16마리가 관찰됐다.

화엄사 각황전 처머 아래에서 쉬고 있는 양비둘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화엄사 각황전 처머 아래에서 쉬고 있는 양비둘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번식 생태나 이용 특성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양비둘기의 생태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야생생물보호단 등과 함께 지속해서 양비둘기를 관찰하기로 했다.
또, 사찰 탐방객들을 대상으로 생태해설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화엄사 등 조계종 사찰 측에서도 양비둘기의 안정적인 번식을 위해 다양한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화엄사 해덕스님은 "양비둘기가 부처님의 자비 아래 잘 보전될 수 있도록 국립공원사무소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말 지리산국립공원남부사무소 지역협치위원회에서 지리산자연환경생태보전회장인 우두성 위원 등이 양비둘기 보호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사찰 측에서 서식지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양비둘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양비둘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토종 텃새 양비둘기는…

양비둘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양비둘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비둘깃과 텃새. 전체적으로 회색을 띤다. 머리는 짙은 회색이고, 뒷목과 윗가슴, 가슴 옆은 광택이 있는 녹색이다.
가슴은 자줏빛 회색이다. 부리는 검은색이며, 다리는 붉은 산호색이다.
산란기는 5~6월이며, 흰색 알 두 개를 낳는다. 알을 품는 기간은 17~18일 정도다. 먹이는 곡식의 낟알, 곡물 등이다.

양비둘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양비둘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집비둘기와 같이 건물에서도 번식하며, 바닷가의 절벽이나 내륙의 바위산, 바위 낭떠러지, 다리 교각에서 번식한다.

아시아 동부와 북부에서 중국 북부, 한국에서 번식하는 종으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현재는 서·남해안 해안가에서 소수가 관찰된다.
다른 비둘기와의 경쟁, 천적에 의한 포식, 서식지 파괴 등으로 숫자가 줄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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