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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몽둥이 휘두르는 미국의 무역패권주의에 머리 숙이지 않겠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의 무역전쟁 발발을 하루 앞둔 5일 중국은 일전불사를 외치며 전의를 다졌다. 무역전쟁을 치를 최일선 부대인 중국 상무부의 가오펑(高峰)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세 몽둥이를 휘두르며 협박하는 미국의 무역패권주의에 머리를 숙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무역전쟁 D-1, 일전불사 맞불전략 결의 다지는 중국

중국 관영 언론의 논조도 강경론 일색이다. 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는 주화파(主和派)의 목소리는 주전론에 묻혔다.

미중 무역전쟁의 중국 측 실무 부서인 상무부의 가오펑 대변인. [베이징 AP=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의 중국 측 실무 부서인 상무부의 가오펑 대변인. [베이징 AP=연합뉴스]

중국의 전략은 철저한 ‘맞불 작전’이다. 정확하게 미국이 관세를 매기는 만큼, 똑같은 규모의 관세 폭탄으로 되돌려 준다는 것이다. 미국이 6일 25% 관세를 부과키로 예고한 품목의 교역 규모인 340억 달러(약 38조원)에 해당하는 만큼의 보복관세 품목을 일찌감치 작성해 두고 공개한 상태다.

여기에는 대두와 육류, 면화 등 농축산물과 자동차가 포함돼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표밭을 타격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미국이 2차 관세부과 대상인 160억 달러어치에 맞대응하기 위해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 리스트도 작성해 두고 있다.

중국은 선제공격에 나서진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양측 모두 6일로 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시차를 고려하면 중국이 먼저 행동에 나서는 상황이 될 것이란 보도도 나왔지만, 중국 국무원 관세위원회는 “우리는 절대로 선수를 치지 않는다. 미국보다 먼저 관세를 매기지 않겠다”며 공식 부인했다.

따라서 중국의 맞불 관세 시점은 미국이 먼저 고율 관세 부과를 감행한 직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향후 무역 전쟁이 무한 확전의 양상을 띨 경우, 중국이 관세 카드만으로 버티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연간 4000억 달러어치 이상을 수입하는 데 비해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1500억 달러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무역전쟁이 일으킬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이미 착수했다. 1일부터 인도와 동남아산 대두에 대한 3%의 관세를 철폐하는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낮췄다.

특정 상품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산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에 대비하려는 의도다. 미국 이외의 나라에는 지속해서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메시지로, 국제사회에서 우군을 확보한다는 의도도 있다.

무역전쟁이 예고된 이후 위안화 가치가 큰 폭으로 내린 것도 눈길을 끈다. 6월 한 달간 위안화의 대 달러화 가치는 3.3% 떨어졌다. 1994년 외환거래 시장 설치 이래 최대폭이다.

특히 최근 열흘 사이 낙폭이 컸다.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인지, 순수한 시장 판단에 따른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중국 수출기업의 부담을 경감시켜 관세 폭탄으로 인한 타격을 일부나마 상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여론전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 아시아 국가들에는 반(反)보호주의 공동 전선을 펼치면서 명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4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통화에서 “중국과 EU는 함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반대하고 다자주의와 무역 자유화를 수호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한국 재계 고위층 인사들에게도 같은 내용의 발언을 했다.

가오펑 상무부 대변인은 5일“미국이 발표한 관세 부과 대상 가운데 2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은 중국 내 외국 투자기업들이 만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에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미국 자신을 포함한 세계를 향해 발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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