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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 17단의 샷 비결 "역시 부드러움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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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무술 유단자가 골프를 치면 일반인보다 유리할까.

통일문화연구원 라종억(57) 이사장은 태권도 8단이다. 게다가 합기도 4단, 태수도가 5단으로 모두 합치면 17단이나 된다. 사격선수 경력까지 있어 집중력과 시력도 좋다. 손바닥 위에 벽돌을 놓고 정권으로 격파하는 '진공 격파'의 국제공인 기록도 갖고 있다.

"마치 진공상태에서 끊어치듯 해야 격파가 되지, 그냥 힘으로 밀면 벽돌이 뒤로 날아가 실패합니다."

최근 라 이사장과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에서 함께 라운드했다. 그는 스윙 전에 골프채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타깃 방향을 조준한다. 마치 사격선수가 예비동작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스윙은 너무나 부드럽다.

"타깃을 향해 정확하게 얼라인먼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거리가 좋아도 방향이 나쁘면 고수가 될 수 없죠." 그는 "대부분의 주말골퍼는 얼라인먼트만 바로잡아도 몇 타는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무술과 사격이 합쳐진 그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보통 250야드고, 잘 맞으면 270~280야드가 나갔다.

그러나 라 이사장의 골프 실력을 받쳐 주는 에너지는 '소프트 파워'다. 그는 문인협회와 시인협회에 등록된 시인이며 수필가다.

"부드러움이 결국은 강함을 이깁니다. 무술도 부드러워야 잘할 수 있고 골프도 부드러워야 잘할 수 있어요. 모두 정신력의 세계니까요."

이날 그는 장타와 정교함을 함께 보여주었다. 4번 홀(파3.143야드)에서는 그림 같은 버디를 했다. 이 홀은 그린의 앞과 오른쪽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연못을 피해야 하고 그린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내리막이다. 게다가 안양 베네스트의 그린은 유리판처럼 매끄럽다. 공은 큰 원을 그리며 깃대 바로 옆에 멈춰 섰다. 14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 이날 스코어는 7오버파 79타였다. 아슬아슬하게 버디를 놓친 것도 여러 차례여서 그로서는 아쉬운 스코어일 것이다.

그는 요즘 탈북자 지원과 안정화 사업을 위해 탈북자 행태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 골프장에도 가 봤나요."

"평양 골프장도 가봤고 양강도호텔 옆에 퍼블릭 골프장에도 가봤어요. 캐디들이 정말 친절합니다. 퍼터는 바닥채라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가급적 바닥을 쓸 듯이 해야 퍼팅이 잘 되잖아요." '골프도 부드럽게, 대인관계도 부드럽게'를 강조하는 그는 통일도 부드럽게 소프트 랜딩하는 게 제일 좋은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 힘 빼고 골프 치는 데 몇 년 걸렸느냐고 물어봤더니 답변이 재미있다. "20년이 넘었는데도 잘 안 빠지네요."

오늘의 원 포인트 레슨=소프트파워를 활용하라.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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