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 행자위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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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제 법안이 27일 국회 행정자치위를 통과했다. 주민소환제란 지방자치단체의 선출직 공무원이 비리 등을 저지를 경우 주민들의 투표로 해당 공무원을 해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행자위 전체회의에서는 한나라당 의원 11명이 불참한 가운데 강창일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 12명 전원과 민노당 이영순 의원이 참석해 법안을 처리했다. 법안은 주민소환 대상을 지방자치단체장과 비례대표를 제외한 지방의회 의원으로 규정했다. 소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시.도지사는 유권자 10% 이상 ▶기초단체장은 유권자 15% 이상 ▶지방의원은 유권자 20% 이상의 찬성으로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청구 사유에는 별도의 제한이 없다. 전체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소환 대상자는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다만 주민소환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취임한 후 1년 이내와 임기 말 1년 이내에는 주민 소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신용호 기자

[뉴스 분석] 선출직 전횡 견제 장치
본회의 처리는 불투명

주민소환제는 서울특별시장.경기도지사 같은 광역자치단체장과 중소도시의 시장, 군수.구청장 같은 기초자치단체장을 임기 도중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제도다. 일단 단체장에 뽑히면 과도한 선심 행정이나 정책 실패, 인사 전횡의 큰 물의가 일어도 제재하지 못했던 '소통령'들에 대한 견제 장치가 생긴 것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3%가 소환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지방선거연대 김기식 공동집행위원장은 "만연된 지방자치 비리를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법안"이라며 "주민 소환 요건도 합리적이어서 주민들이 직접 단체장들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인 행자위만 통과한 상태다.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쳐야 하기에 한나라당이 반대한다면 4월 국회에서도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 한나라당은 지방자치단체장 수가 열린우리당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주민소환제가 내심 껄끄러울지 모른다.

주민소환제는 겉으론 여야가 기회 있을 때마다 공약으로 내세웠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주민소환제 도입을 약속했다. 2004년 총선에서도 여야의 공약이었다. 총선 직후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5.3 협약'을 발표하고 이 제도의 도입을 거듭 다짐했다.

그러나 여야가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도입이 늦춰지고 있는 것은 이상과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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