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마부 "말 관리엔 우리 손길이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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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림픽종목 중 유일하게 선수와 동물이 함께 출전하는 승마경기에는 말(마)들이 사람 못지 않은「귀빈」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들을「귀빈」으로 대접하면서 그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숨은 노력을 쏟는 사람들이 마부.
이번 승마경기에는 32개 참가국에서 모두 2백41마리의 준마들이 참가했는데 이들을 관리하는 1백76명의 마부 중에는 여성이 1백9명이나 된다.
지난86년 아시안게임 때는 오직 1명(인도네시아)의 여성마부가 참가했었다.
이들 여성마부들을 국적별로 보면 미국이 13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영국 11명, 호주 10명 프랑스 8명으로 되어있다. 아시아국가에서는 일본이 4명 있을 뿐이고 한국의 경우 l6마리의 말이 출전하지만 여성마부는 1명도 없다.
5년간 마부로 일했다는「크리스틴·크라머」양(25)은 5세 때부터 말을 타다 말과 떨어지기 싫어 마부가 된 케이스.
「크라머」양은 늘 말과 함께 행동해야하며 새벽4∼5시쯤 일어나는 힘든 직업이지만 선수와 말 사이를 잘 이어 주어야만 경기의 승리가 가능하다며 숨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녀는 말이 병이 났을 때 함께 마굿간에서 자며 돌본다고 말한다.
말의 섬세한 기분변화를 알아내는데는 여성마부가 남성마부보다 적격이라는 그녀는 피곤해 축 늘어진 말에는 귀리를, 여윈 말에는 귀리와 옥수수·건초 등을 섞은 당밀을 준다고 나름대로의 방법을 소개.
26, 28일 출전을 앞두고 애마「라비」군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은 10분 후면 지나간 일을 잊어버려 잘못을 야단치려면 그 즉석에서 해야지 나중에 하면 야단맞는 이유를 몰라 화를 내게 마련이라고. 「안나·엑스트란드」양(22)은 현재 서독선수들의 말을 돌보고 있는 스웨덴아가씨.
좋은 마굿간의 필수요건으로 좋은 채광과 넓은 자리 등을 손꼽는「엑스트란드」양은 과천승마장의 마방이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
6세부터 말을 탔으며 마부경력 8년인「페트라·숀니그」양(24)은 현재 서독 헤르프로드 승마클럽에서 15마리의 명마들을 돌보는 중견마부.
말들이 늘 상쾌한 기분을 갖도록 애쓴다는 그녀는 선수와 말·마부가 3박자를 이루어야 승리가 가능하다고 강조.
대부분의 여성마부들은 말에 대한 특별한 사랑이 없다면 고달픈 마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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