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 수매가 인상률 팽팽한 공방|양곡 유통위 공청회서 이견 못좁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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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0월 중순께로 예상되는 추곡수매가 결정을 앞두고 수매가 인상률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물가에 책임을 지고 있는 경제기획원은 8∼9%의 한자리숫자 인상안을 고집하는가 하면 생산자인 농민을 대변하고있는 사람들은 최고 50%인상안을 들고 나오고 있고, 소비자단체는 지나친 추곡가 인상이 서민의 생활을 위협한다고 농민과는 반대되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수매가의 대 정부건의 책임을 맡은 양곡유통위원회(위원장 심영근)의 20, 21일 이틀간에 걸친 농촌 및 도시 근로층 현지조사와 23일의 공청회를 거치면서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도시근로자 사이의 시각차이가 뚜렷이 부각돼 수매가결정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있다.
22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양곡유통위원회주최「추·하곡 수매가격 관련 공청회」에서 생산자를 대표해 나온 토론참가자들은 올해 추곡수매가를 19.3∼50%인상, 농가소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비자대표들은『지나친 인상은 도시영세민과 물가에 파급효과가 크다』며『적정수준으로 인상하되 도시영세민을 위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강조, 지나친 수매가 인상에 반대의견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내수 농협조사부장은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서는 48.5%의 인상이 필요하나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소득의 90%선이 되는 19.3%인상을 주장했다.
김남호 새마을 영농기술자 중앙회장은 73년 이후 공무원봉급인상수준에 쌀값을 맞추려면 수매가가 93%인상되어야하나 한꺼번에 할 수 없으므로 우선 50%만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소비자를 대표해 나온 김천주 주부클럽연합회장은『수매가를 8∼12% 인상하되 농민들을 위해 정부는 획기적인 농가소득 증대정책을 쓰라』고 제시했고 이경여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작년인상률보다 올해 추곡수매가인상률을 다소 높여도 좋지만 영세민을 위해 정부미 방출가는 올리지 않는 등 별도의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산자대표와 소비자대표의 엇갈리는 주장은 20, 21일 양곡유통위원회의 현지조사에서도 똑같은 양상으로 드러나 20일 전북 김제단위협동조합 2층 회의실에서 양곡유통위원들과 만난 11명의 농민대표들은 첫마디부터『경제성장·안정의 희생물이 되어온 농민들도 이제는 사람답게 살수 있도록 해달라』며 30∼40%의 수매가인상을 주장했다.
김제군 죽산면 건포리 김영길씨는『도시민의 하루 1인당 쌀 소비량은 2백50원 꼴이다. 쌀값이 도시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다』며『도시근로자소득의 83%에 불과한 농촌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선에서 추곡수매가는 인상되어야한다』고 말했다.
김제군 광활면 옥포리 임종규씨도『80㎏가마당 생산비가 10만8천5백7원이다. 최소한 생산비는 보장해줘야 하지 않느냐』며『과거에 잘못 정해놓은 가격을 기준으로 몇%이상은 너무 많다고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충남 논산군 연무읍 임애자씨(주부)는『논 팔아 은행에 넣고 이자받는 것이 농사짓는 것 보다 낫다』며『농촌이 워낙 못살아 총각이 장가도 못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35%이상의 대폭적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21일 오후 양곡유통위원들이 찾아간 서울 봉천5동 101번지 일대에서 허준씨(49·노점상) 현경삼씨(52·통장) 등 영세민들은『하루살이 노동자가 전체의 46%나 되는 이곳에서는 가구당 월 평균 수입이 15만∼20만원인데 5인 가족이 밥밖에 먹는 것이 없어 한달에 쌀1가마 반을 먹고있다』며『쌀값인상은 큰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농민실정은 이해하지만 우리도 죽을 지경』이라며『정부가 오히려 영세민들을 위해 정부미방출가격을 내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얘길 듣는 동안 양곡유통위원들은『짚신장수와 우산장수를 자식으로 둔 부모의 심정을 알 것 같다』고 농민과 소비자 사이에 낀 어려운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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