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정은 농구광 만든 북한 ‘왕실농구단’…최부일 승승장구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2014년 평양체육관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 일행과 북한 횃불팀의 농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2014년 평양체육관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 일행과 북한 횃불팀의 농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노동신문]

남북통일농구 경기가 평양에서 양일간 열리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람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5일 방북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함께 농구 경기를 관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청소년기에 미 프로농구(NBA)에 열광하던 농구광으로 유명하다. 집권 이후엔 자신의 우상이었던 ‘NBA 악동’ 데니스 로드먼을 평양으로 초청해 두 번 직접 만났다. 2013년 3월 첫 만남 땐 함께 친선 농구 경기를 관람했다.

김 위원장을 농구의 세계로 이끈 건 최부일 인민보안상이다. 최부일은 2010년 9월 27일 김정은·김경희·최룡해·현영철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으며 김 위원장 시대의 주요 인물로 발돋움했다.

故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2011년 9월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을 현지지도 했다. [노동신문]

故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2011년 9월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을 현지지도 했다. [노동신문]

그를 잘 아는 고위 탈북자는 중앙일보에 “농구로 김정일 부자를 구워삶았다. 출세가 예견된 인물”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최부일은 군 간부 추천으로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나와 장교가 됐으며 체육 특기를 살려 1990년대 중반 인민군 체육지도위원장에 올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기회가 잦아진 최부일은 어느 날 “농구가 아이큐를 높입니다. 그래서 미국 중고생들도 학교에서 농구를 배웁니다”라며 김정철·김정은 형제에게 농구를 시킬 것을 권했다고 한다.

김 국방위원장의 승낙에 따라 최부일은 평양 중구역의 국가대표 체육관(신암체육관)을 빼앗아 ‘왕실 농구단’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농구 국가대표팀 전원이 차출돼 정철·정은의 농구 상대가 됐다. 미국 진출설이 나돌던 236㎝의 리명훈 선수도 거기 있었다. 정철·정은 형제의 농구 실력이 부쩍 향상되자 김 국방위원장은 간부들을 불러놓고 두 아들의 농구 실력을 자랑했다고 한다. 이후 최부일은 승승장구했다.

2014년 4월 10일 노동신문에 실린 최부일 국방위원회 위원. [사진 노동신문]

2014년 4월 10일 노동신문에 실린 최부일 국방위원회 위원. [사진 노동신문]

‘왕실 농구단’으로 시작된 김 국무위원장의 농구 사랑은 남북통일농구 경기를 제안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경기는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친선 축구 경기’를 제안하자 김 위원장이 종목을 ‘농구’로 역제안한 데 따라 성사됐기 때문이다.

남북통일농구 경기는 4일 오후 3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시작된다. 이날은 남북 남녀선수가 공동입장한 뒤 남북 선수 혼합팀으로 여자 경기, 남자 경기가 진행된다. 5일오후 3시부터는 남북 선수단의 친선경기가 시작된다. 여자경기, 남자경기가 각각 치러진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