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콩·두부값 따지기 전에 급격한 탈원전 정책부터 손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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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1일 페이스북에 ‘두부 공장의 걱정거리’라는 글을 올렸다.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는 게 핵심이다. 한전을 두부 공장에 비유한 글이니 두부값은 전기요금을, 수입 콩값은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를 가리킨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한전은 2015~2016년 1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현 정부 들어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해 5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연속으로 13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봤다. 흑자 회사가 갑자기 적자로 돌아선 건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 탓이 크다. 발전단가가 석탄의 3분의 2, LNG의 절반에 불과한 원전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9%에서 지난해 26%로, 올 1분기엔 18%로 급감했다. 이와 달리 석탄 발전 비중은 2016년 39.8%에서 올 1분기 43.4%로, LNG 비중은 같은 기간 23%에서 30%로 늘었다. 값싼 원전 가동을 줄이고 비싼 석탄·LNG 발전을 늘렸으니 한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을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이 줄이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나 값싼 화력발전 대신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더 돌려야 하니 전기요금 원가는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말 탈원전에도 불구하고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률은 1.3% 이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책 실패를 당의정(糖衣錠)으로 임시 포장하고 탈원전 비용을 미래로 이연시키는 것뿐이다. 누적되는 공기업 적자도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책 결정권이 없는 한전 사장이 콩값·두부값을 따지기 전에 정부가 급격한 탈원전 정책부터 합리적으로 손보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