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보유세 개편, 특정 계층 징벌 수단 돼서는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어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최대 0.5%포인트 인상하라는 보유세 조정 최종 권고안을 냈다. 현재 80%인 과세표준 적용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연 5%포인트씩 올리라고 권고했다.

종부세율 인상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 재정개혁특위는 국회와 정부에 각각 공을 넘긴 셈이다.

정부가 권고안을 채택하고 국회에서 세법이 통과하면 내년부터 고가 주택과 토지를 가진 34만6000여 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재정개혁특위는 누진세율 강화를 통해 부동산 보유세를 합리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명분으로 내세운 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다. OECD 평균인 1.1%보다 낮다. 보유세 부담이 작으면 가수요를 일으켜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된다. 조세 형평 차원에서 적정한 과세는 필요하다. 다만 급격히 세금을 올리면 가계 소득이 줄면서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각종 규제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침체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이 시기에 종부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동시에 거래세를 내리는 게 필요하다. 한국에서 취득세 등 거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GDP 대비 2%나 된다. OECD 평균은 0.4%다. 거래 숨통을 터줘야 부동산 시장이 숨 쉴 수 있다. 그래야 부동산 세제 개편을 특정 계층에 대한 징벌적 제재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면할 수 있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집값이 급등한 주원인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수요 억제책이 집값을 잡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걸 우리는 과거 경험을 통해 배웠다.

정부가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을 검토할 때 공급확대 대책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