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다주택자 종부세 1조 더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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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증세 방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다주택자, 고가 부동산 보유자, 금융 자산가들이 타깃이다. 법인세·소득세율을 올린 데 이어 일부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문재인식 부자 증세’ 시즌2가 열린 셈이다.

최고세율 2%서 2.5%로 올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 매년 5%P 인상 #4년 뒤엔 최대 25% 오르는 효과 #1000만원 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9만명서 40만명으로 확 늘어

현재 2%인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은 2.5%(주택 기준)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보유세 산정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재 80%에서 연 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4년 뒤 100%로 오르는 것을 가정하면 세 부담이 지금보다 최대 25% 늘어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연간 2000만원에서 연간 100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3일 이런 내용의 ‘재정개혁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권고안을 검토해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보유세 개편 권고안은 1주택자면서 보유 주택의 시세가 10억~20억원 수준이라면 세금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이상의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자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다. 과세 대상 인원은 34만6000명으로 예상 세수 증대 효과는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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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엇갈린다. 사실 이번 권고안은 지난달 재정개혁특위가 공개한 4개 대안 중에서 가장 강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안이다. 여기에 소형주택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 특례 폐지 등의 내용도 담겨 있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한 이른바 ‘갭투자자’의 세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중과 방안은 정부 판단으로 넘겼다. 종부세 최고세율도 노무현 정부 때(3%)보다 낮다. 자산가들은 “강남권 부유층을 겨냥했다”고 반발하고, 진보진영에서는 “종부세율 상향 수준이 기대 이하”라며 발끈하는 이유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가 한국보다 높은 미국·영국에서 불평등이 심한 것을 봐도 보유세 개편은 조세 불평등을 해소하는 만능처방이 아니다”며 “강남권은 대부분 버티기에 들어간 만큼 부동산 가격 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시세의 약 50~70% 수준에 불과한 공시가격을 현 시세에 맞게 올리는 방안을 추가로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고가 주택 소유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도 확대한다. 현재 이자·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원이 안 되는 사람은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하고 있다. 종합과세 기준을 1000만원 초과로 바꾸면 대상자는 기존 9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확 늘어난다.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에 따르면 근로·사업소득 등이 1억5000만원(과표 기준)이고 금융소득이 2000만원인 경우 추가로 264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간 과세 대상이 아니었던 금융소득 1000만원이 과세 대상으로 바뀌면서 세금이 늘어난 것이다.

세종=손해용·하남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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