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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향한 한국문학 '가을걷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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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해외 문학축제 참가 등 외국 문인들과의 교류를 위해, 또는 차분하고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창작 역량을 재충전하기 위해 문인들이 외유를 떠나고 있다. 문인들의 ‘파종’이 결실의 계절 가을에 어떤 결과를 맺을지 주목된다.

*** 고은

시인 고은씨와 소설가 이호철씨는 지난 10일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4일까지 2주일간 열리는 베를린 국제문학페스티벌에 한국의 대표작가로 초청돼 참석하기 위해서다.

고은씨는 다섯 차례에 걸쳐 시 작품을 낭송하고 14일 행사구역 중앙홀에서 5대양 6대주 작가들이 모여 9.11 테러 이후 세계질서를 주제로 벌인 토론회에 아시아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세계는 인종과 종교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자꾸 벼랑으로 치닫는 듯하다"면서 "문학적 상상력으로 화해의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씨 등의 이번 베를린 행은 행사 주최 측과 한국문학번역원이 공동 후원했다.

*** 이호철

소설가 이호철씨는 베를린국제문학페스티벌에 참가해 다섯차례에 걸쳐 자신의 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을 낭독했다.

또 12일(현지시간) 열린 '한국 문학의 밤' 행사에 참석, '분단과 한국문학'을 주제로 독일의 한국학 학자, 저널리스트 등과 토론을 벌였다.

이씨는 문학페스티벌 참석 후 프랑스로 직행한다. 파리와 르아브르에서 열리는 '남녘사람…' 프랑스어판 출간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남녘사람…'은 일본어.독일어.폴란드어 등 4개 국어로 번역됐고 현재 진행 중인 영어.중국어.스페인어 번역이 마무리되면 모두 7개 국어 번역판을 갖게 된다.

*** 황석영

소설가 황석영씨는 베트남 작가동맹 초청으로 18일 베트남을 방문한다. 한국의 문인단체와는 달리 정부기구인 베트남 작가동맹은 최근 베트남 해방전쟁을 도왔던 외국 문인들을 초청하는 과정에서 전쟁에 직접 참전했고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 『무기의 그늘』을 쓴 황씨의 이력에 주목, 황씨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일주일간의 베트남 체류기간 중 무명용사비를 방문, 참배하고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파월 장병 시절 주둔했던 도시 다낭도 둘러본다. 특히 베트남 문화부의 영화총국 책임자를 만나 소설 『무기의 그늘』을 영화화하는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 문정희

시인 문정희씨는 재충전을 위해 해외에 나가는 경우다. 문씨는 파라다이스 재단의 후원을 받아 17일부터 두달간 미국 뉴욕주 겐트시의 ‘아트 오마이 국제예술촌’에 체류하게 된다. 50여년 전 생긴 아트 오마이는 세계의 유수한 작가들을 초청해 수용하는 일종의 작가촌으로 주중에는 전원 집필실의 차분한 창작 분위기를 제공하고 주말에는 출판인들과의 만남도 주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인과의 만남에서 즉석 출판계약을 맺기도 한다. 한국인 작가가 아트 오마이를 방문하는 것은 문씨가 처음이다. 현재 아트 오마이에는 30여개국의 작가들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한국문학과 거리를 둔 새로운 환경에서 껍데기를 벗고 깨어나고 싶다. 자유혼을 들이마시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밖에 소설가 김영하씨와 시인 정한용씨는 11월까지 세달간 미국 아이오와 창작 프로그램에 참가 중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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