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실세 행정관’으로 불리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표를 반려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임 실장이 ‘가을에 남북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을 해달라.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는 뜻을 (탁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탁 행정관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간곡하게 만류한 것”이라며 “본인이 동의했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탁 행정관은 공연기획 전문가로 문재인 정부 들어 호평받았던 각종 행사기획을 도맡아왔다. 지난해 5월 정부 출범 이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 8ㆍ15 광복절 기념식 등 굵직한 국가기념일 행사를 비롯해 기업인들과의 ‘호프 미팅’ 등에 그의 기획력이 반영됐다. 지난 4ㆍ27 남북정상회담 이전의 평양공연은 물론, 회담의 하이라이트로 꼽혔던 ‘도보 다리 밀담’ 역시 의전비서관실과 춘추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취합해 만들어낸 그의 작품으로 꼽힌다.
탁 행정관은 그러나 과거 저서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이 되며 야권 및 여성단체의 집중적인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특히 탁 행정관의 업무 특성상 문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면서 야권에서는 ‘기ㆍ승ㆍ전ㆍ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중 공세를 벌여왔다.
탁 행정관은 결국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라고 적으며 공개적으로 사퇴의 뜻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탁 행정관의 글에 대해 “사표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 팩트이고, 사표를 내겠다는 말을 들은 사람도 없다”라며 사의 표명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탁 행정관은 30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직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지난 평양공연 이후였다”며 “애초 6개월만 약속하고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서실장님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고,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며 이전에도 임 실장이 사퇴를 만류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의겸 대변인이 이날 “탁 행정관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고 재차 밝히면서 탁 행정관은 사퇴는 당분간 없었던 얘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