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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 아프리카를 달린다] 한국 광통신 깔리고 자동차 누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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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아프리카는 이제 더 이상 말라리아와 에이즈, 내전의 대륙이 아니다. "

아프리카의 한 가운데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의 수도 킨샤사. 단층건물이 대부분인 중심가 곰베 지역에 태극 문양도 선명한 3층 빌딩이 우뚝 서있다. 태극기가 콩고 국기와 함께 펄럭인다.

건물 정면에 적힌 회사 이름은 '콩고코리아텔레콤(CKT)'. 한국 무역회사인 고명통상과 콩고 정부가 4백만달러(47억원 상당)의 자본금을 6대 4로 부담해 지난해 4월 세운 통신회사로 콩고의 기간통신 사업자다.

CKT는 킨샤사 중심부터 광통신망을 설치하며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그리고 기업의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를 하고 있다. 콩고 미국대사관.콩고연합은행, 내전이 막 끝난 콩고의 재건을 돕기 위해 들어온 세계은행 등이 고객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이동통신회사가 7개 들어왔지만 유선통신 사업자는 CKT가 유일하다. 아직은 통신망을 설치한 지역이 좁아 인터넷서비스 이용자가 기업.기관 50여곳, 개인 7백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CKT는 킨샤사에서 서비스지역을 넓히는 한편 연내 콩고의 유일한 항구로 제2의 도시인 마타디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킨샤사~마타디 광통신망을 가설할 예정이다.

김종갑(48) 사장은 "통신망이 개설돼 있지 않은 지역의 외국 기업들이 빨리 인터넷 회선을 깔아달라고 요청해온다"고 말했다.

'2002년 12월 종족 간 분쟁 휴전→7월 과도정부 수립→8월 의회 구성' 등 오랜 내전의 후유증을 수습하고 경제 재건에 나선 콩고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고명통상만이 아니다. 킨샤사 중심가 한복판에는 미소짓는 얼굴 형태의 붉은 색 LG 광고판이 시선을 끈다. 기획부장관 접견실의 에어컨은 LG전자의 휘센이다.

"유럽 기업들은 우리의 자원만 이용하고 기술이전을 하지 않았다. 1960년만 해도 한국의 국민소득이 콩고와 비슷했는데 지금은 한국이 1백년은 앞선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이 도로와 지하철 등 콩고의 인프라 구축사업에 적극 참여하길 바란다. "(알렉시스 탐브웨 음왐바 기획부장관)

한국산 휴대전화는 아프리카에서도 '명품'으로 통한다. 미국산 모토로라가 2백50달러인데 비해 삼성전자 애니콜은 4백달러를 넘게 받는다.

콩고의 유엔평화유지군은 현대자동차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대우 굴착기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매출 2위 자리를 굳혔다. 대한전선 현지 공장은 남아공 최대 통신업체에 광케이블을 공급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 등 아시아 기업의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노예제도와 유럽 국가의 식민 지배 경험 때문에 유럽과 미국에 반감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도전이 만만찮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킨샤사에 8만명이 관람할 수 있는 종합경기장과 국회의사당을 지으면서 국제시세가 t당 1천8백달러인 구리를 9백달러에 5만t 정도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킨샤사~마타디 3백80㎞ 도로 포장권도 따냈다.

중국은 값싼 생필품을 수출하며 아프리카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남아공에만 40만명의 중국인이 이민 온 것으로 추산된다. 수도 요하네스버그에만 두 곳의 차이나타운이 있다. 킨샤사에도 수천명이 살고 있으며, 이들에게 음식 재료를 대기 위한 중국인 농장도 생겼다.

"중국은 상품을 파는 데 치중하고 공장을 지으려 하지 않는다. 한국이 생산기지를 세우면 아프리카와 미국 간 무역협정에 따라 여기서 만든 제품을 면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콩고 투자유치청 음웨마 무룽기 음부유 부청장)

깨어나는 대륙 아프리카, 그 시장은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땀흘리고 노력하는 나라와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킨샤사.요하네스버그=양재찬 경제전문기자.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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