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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더 이상 참을 수 없다|여성단체 "최후의 통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최근 한국사회의 여성을 향한 신체적·성적폭력에 대응하는 정부당국의 소극적 자세를 비판하고, 해결책을 모색키 위한 한국여성단체 연합과 여성의 전화의 활동이 눈길을 모은다.
한국여성단체연합(회장 이우정)은 지난 16일,「주한 미국청소년의 한국인 임산부 폭행사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일 서울에서 17세의 미국청소년이 밤늦게 귀가하는 남편을 기다리던 임신 4개월의 주부 조경옥씨를 폭행한 사건에 관련된 것.
성명서는 지난 10년간 주한 미군의 총 범죄건수는 약1만5천건 인데 그중 한국정부가 재판권을 행사한 것은 1%미만인 약 1백건이라는 86년 8월의 국회에서의 정부답변을 인용하여 한국에서 특권을 누리는 미군을 고발했다.
따라서 조경옥씨 사건은 단순폭행 사건이 아니라 미국인의 한국인 멸시풍조의 반영이라고 비판하면서 ▲가해자 부모와 미대사관은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할 것 ▲정부 당국은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게 할 것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을 개정할 것 등 3가지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한국 여성단체연합 측은 금주중 미국대사를 만나 공개사과 요구의 항의문을 전달하고 다른 사회단체와 연합하여 한미행정협정 문제에 관한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또한 미국의 도색잡지허슬러 최신호에 게재된『올림픽에 가는 사람을 위한 코리안 섹스』란 기사가 상당수 한국 여성이 거리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싸구려 매춘부인 듯이 모독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고발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도 강구중이다.
이 기사는 일부 단체가 올림픽 때 한국에 오는 수백만 외국인들로부터 한국여성이 AIDS에 감염될 우려가 있으므로 입국 외국인은 AIDS검사증의 소지를 요구해야한다고 주장했으나 한국정부는 선수촌 내에 콘돔을 무료 배부하는 것으로 입막음했다고도 썼다.
한편 여성의 전화는 최근 안동에서 밤길에 강간하려는 치한의 혀를 물어 잘라버린 30대 변모주부를 검찰이 과잉방어로 구형한 사건과 관련하여 20일 오후 3시 「여성폭력 추방을 위한 긴급시민대토론회」를 서울 합정동 사무실에서 갖는다. 『여성강간의 현실을 고발한다』를 주제로 한 노영희 여성의 전화 공동대표의 발표와 함께 이창영 변호사·심영희 한양대 교수 등이 토론에 참여한다. 토론회 후에는 공개항의문도 채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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