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서 거듭나게 하소서(변선환=감리교 신학 대학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의 아름답고 광활한 하늘 아래서 지구촌의 대동축제인 올림픽이 막을 올렸다. 스포츠가 정치적 이념과 종교의 차이, 인종과 성의 차이라는 높은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동과 서, 남과 북에서 사상 최대의 인파를 아침의 고요한 나라 한국에로 향하게 한 것이다.
주변 강대 국가에 의하여 계속 어려움을 당해 왔던 고난의 백성 한국사람들이 역사와 함께 오래된 한을 단하고 자랑스러운 멋진 백성으로 세계 앞에 우뚝 선 것이다. 세계의 악이 집중 된 듯 한 세계의 하수구처럼 보였던 한국이 오늘을 기해서 세계의 선과 미가 총집중된 지구촌의 가장 자랑스러운 나라로 바뀌어진 것이다. 「빛은 동방에서」라는 말이 이제 「빛은 한국에서」라는 말로 들리는 것만 같다.
주변 강대국의 침입으로 겪었던 수많은 고난을 내면적으로 승화시켜서 고려청자나 조선 백자를 낳았던 한국인의 옛 지혜는 오늘날 서구의 충격이라는 거센 파도를 슬기롭게 헤치면서, 세계가 놀라는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룩하고 선진국의 문턱에서 세계를 서울의 축제로 초대하는 나라로 급성장 하게 하였다.
역사의 전환점에 선 우리들은 이 기회를 통하여 두 동강난 분단된 우리의 조국과 시련 위에 지구촌의 밝은 미래를 밝히기 위한 화해와 평화의 도구가 될 것을 거듭 다짐해야 한다.
88올림픽은 선진국 한국의 새 역사를 창조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한국을 찾아왔던 개신교 선교사 「게일」은 한국을『먼 옛날 중국인마저도 어르신네의 고장이라고 불렀던 나라, 선비와 붓의 나라,… 시와 수화의 나라, 효자·효부의 나라, 숨은 도인의 나라, 하느님을 바라보는 종교적 환상의 나라』라고 예찬했다. 가톨릭 선교사「달레」는 한국인을 이웃사람의 법칙을 존중하고 손님대접을 신성한 의무로 알며 강인한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예찬했다.
한국인을 가죽같이 질긴 인성을 가진 민족(일본작가 사마료태낭)이라고도 한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사랑을 천사처럼 대하는 한국인의 착한 심성과 어떤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는 끈질긴 강인한 용기가 오늘의 한국의 기적을 만들어놓았다는 일본인 「야나기·무네요시」(유종열)는 유유자약한 한국인의 삶의 지혜를 한국건축이나 미술 속에 나타나 있는 곡선미에서 찾았다.
최치원은 그 같은 한국인의 삶의 지혜를 풍류도라고 부르고 이 도는 「유·불·선 삼교를 포함한 것이며 뭇 인생에게 접해서는 그들을 사람되게 교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무수한 교학에 의하여 나누어졌던 중국의 불교도 한국불교의 원효와 지눌에 의해서 화해되며 하나의 마음 (일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하였다.
유·불·선이라는 세 종교를 원초적인 하느님 체험에서 함삼위일하게 하였던 옛 지혜는 오늘날도 살아있는 과거가 되어서 걸핏하면 싸우고 성급하게 맞붙어 대결하며 물고 늘어지는 오늘의 정신적 풍토한 가운데 자유의 공간을 만들어 내며 서로 서로 열러진 대화를 나누는 새로운 대화의 문화를 참조하여야 한다. 오늘부터 민족과 나라, 종파와 종교, 단체와 정당, 학생과 노동자, 남과 여, 남과 북 사이에 열려진 대화를 통하여 화해와 평화의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 헤쳐야 한다.
서울 올림픽이 지구촌을 덮고 있는 어두운 구름을 몰아내야 한다.
남과 북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절대빈곤이라는 높은 장벽을 헐어버리고 절대 빈곤을 낳는 사회적 경제적인 구조악이 극복되는 새날이 어서 속히 도래하여야 한다. 지구촌을 덮고있는 핵우산에 대한 공포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대기오염과 산소부족에 의한 위협에서부터 인류는 하루 빨리 구출되어야 한다. 지구촌을 덮고있는 이 같은 어려운 과제 앞에서 전세계는 범세계적인 열려진 대화와 협조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다급한 과제 앞에서 동과 서, 남과 북이 서로 사이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길은 어디 있을까.
서울 올림픽의 세계사적인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상 유례없는 큰 인파가 세계 여러 곳에서, 서울로 몰려든 지구촌의 대동축제가 바로 우리 나라에서 열러지고 있다. 이것은 금세기 말의 희망의 징조요 우리 세기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스포츠가 닫혀졌던 마음을 열고 우리들 사이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던 높은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서로 대결하고 대립하였던 여러 종교와 종파가 이 나라에만 들어오면 서로 서로 자기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상즉) 서로 화해하고 융합하였던(상입)나라, 한국에서 이 뜨거운 화합의 성화가 불타오르고 있다.
이 뜨거운 서울올림픽의 열기가 지구촌에 가득찬 온갖 문제들, 온갖 더러운 죄악을 태워 없어지게 하면 좋겠다.
서울올림픽의 이 거센 거룩한 바람이 지구촌에 가득찬 온갖 어두운 죽음의 구름들을 말끔히 사라지게 하면 좋겠다.
지구촌은 바야흐로 서울에서 범세계적인 대화의 문화를 창조하기 시작하였다.
하느님, 이 나라를 보호하여주십시오.
당신이 올림픽 경기장을 지켜주십시오. 서울에서 지구촌에 사는 인류가 하나가 되게 하소서. 하늘이여, 땅이여, 생을 가진 모든 것들이여, 기뻐하시는 하느님과 함께 소리를 맞추어서 크게 노래하라. 땅을 다스리는 자들이여, 땅의 백성들이여, 동과 서 남과 북에서 온 젊은 남녀들이여, 늙은이와 어린이들이여, 우리 다 함께 지구촌의 대동축제에서 크게 노래하며 즐거이 춤추며 뛰자.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절에 빛나는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가 오늘 세계의 빛이 되나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