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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2년 남았는데 '김종인 모델', 현재 한국당에 수혈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회 대표는 종종 ‘짜르(제정 러시아 황제)’에 비유됐다. 비대위를 이끌면서도 공천권 등 절대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가 27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가 27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최근 '짜르' 체제 실현 여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이 26일 “김종인 모델보다 더 강한 혁신비대위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하면서다. 당내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는 측과 “그만큼 싹 바뀌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는 측이 맞붙고 있다.

①누가 자신의 목줄 맡길까 

김종인 모델의 첫번째 조건은 공천권이다. 비교적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 2016년 김종인 비대위 체제 모두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휘두르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반면 공천권과 무관했던 김희옥 비대위 체제(2016년 6~8월), 인명진 비대위 체제(2016년12월~2017년 3월)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 대행은 27일에도 “2020년 총선 공천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비대위여야 한다”며 “일차적으로 혁신비대위원장 맡은 사람이 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고, 또 당 공천에 관한 기준을 만드는 당헌ㆍ당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을 2년 가량 앞두고 벌써부터 비대위원장이 공천권을 갖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해선 현역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비대위원장에게 그대로 맡기는, 일종의 백지신탁을 해야 하는데 과연 몇명이나 이에 응할 것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박계는 "복당파가 비대위를 앞세워 우리를 내쫓으려고 한다"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2016년 1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대표직을 사퇴한 문재인 대표(왼쪽)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16년 1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대표직을 사퇴한 문재인 대표(왼쪽)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②김종인에게는 문재인, 한국당에는?

 김종인 모델의 두번째 성공 조건은 ‘문재인'이라는 막강 후원자였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영입될 때부터 당시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전권을 약속 받았다. 기존 당 주도세력의 반발이 있을 때마다 문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받았고, 김종인 '셀프공천 파동'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등장한 건 문 전 대표였다. 한마디로 당내 지분이 가장 많은 정치인이었던 문 전 대표가 있었기에 자기 진영의 반발 역시 무마시킬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한국당에는 문 전 대표 같은 리더가 없다. 실권형 비대위원회를 밀어붙이는 김 권한 대행이 당내 복당파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지만, 친박계와 중진 등 의 반발 수위는 만만치 않다. 당내 다수를 이루는 초ㆍ재선 등이 25일 '김성태 체제'를 수용했지만 "어디까지나 원내대표로서의 지위를 인정해줬을 뿐"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이 때문에 김 대행의 '김종인 모델' 발언을 비대위원장 구인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기도 한다. 준비위 관계자는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른 사람이 접촉도 전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가운데)이 2015년 12월30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 성당에서 열린 김근태 4주기 추모미사에서 맞은편 자리에 착석해 있다. 두 사람이 한 자리에 마주하는 것은 지난 13일 안 의원 탈당 후 처음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가운데)이 2015년 12월30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 성당에서 열린 김근태 4주기 추모미사에서 맞은편 자리에 착석해 있다. 두 사람이 한 자리에 마주하는 것은 지난 13일 안 의원 탈당 후 처음이다.

③최악의 경우 분당까지?

김종인 모델의 다른 변수는 분당 가능성이다. 비대위원장이 2년 뒤 총선에 공천권 행사하기 위해서는 현역 의원에 대한 공천 컷오프 내용을 정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컷오프 등을 두고 분당까지 가는 경우가 있었다.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까지 있었던 국민의당 창당 과정이 대표적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나온 의원들은 겉으로는 ‘친문 패권’을 문제 삼았지만, 그 이면에는 컷오프 탈락이 유력한 호남 중진의 집단 탈당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한국당은 과거 공천을 두고 친이계와 친박계가 '학살'이라는 험한 용어를 써가며 정면충돌했고, 탈당과 신당창당, 복당 등을 반복하기도 했다. 인적 청산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극대화될 경우 최악의 경우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선거가 2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지금은 인적청산으로 갈등을 일으킬 때가 아니다”(정우택 의원)란 지적도 나온다.

안효성ㆍ김준영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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