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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구입비 푼돈 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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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지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지영 아트팀 기자

이지영 아트팀 기자

오는 7월 1일부터 바뀌는 제도 중엔 도서·공연비 소득공제가 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책을 사고 공연을 관람하는 비용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상은 연간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로, 신용카드·직불카드·현금 등의 사용액이 총급여의 25%를 넘는 경우 혜택을 받는다. 공제율은 30%로 정해졌다. 기존 신용카드 사용액 공제율(15%)의 두 배다. 새 제도로 얻을 수 있는 세금 감면 혜택은 얼마나 될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구체적인 예시를 자료로 내놨다. 연 소득 4000만원인 근로자가 신용카드로 2000만원을 사용하고 이 중 100만원이 도서·공연비인 경우, 세금은 2만2500원 줄어든다.

‘애걔’하며 실망할 법한 액수다. 더욱이 사례로 든 ‘도서·공연비 연간 100만원’은 실제 근로자들의 지출보다 훨씬 큰 수치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가구 월평균 도서 구입비는 1만5207원에 그쳤다. 여기에 공연비 지출을 더해도 연 100만원 채우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공연 티켓 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인터파크에서 지난 한 해 동안 티켓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사람은 160만 명이었고, 이들은 연평균 25만원 정도를 티켓 구매에 썼다. 이리저리 따져봐도 1년에 도서·공연비를 100만원 이상 쓰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듯하니, 대부분 2만2500원도 못 아낀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푼돈 공제다.

물론 그 의미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소득공제 항목이 됐다는 것은 책을 사고 공연을 보는 행위가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니라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필수 활동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의료비·교육비를 소득공제 해주는 것과 같은 의미다. 또 도서·공연 시장 활성화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나서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도서구입비에 대한 세제 지원을 요구해 온 출판계에선 “미흡하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10명 중 4명에 달하는 암울한 현실(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을 생각하면 너무 소극적인 첫발이다. 미국은 도서구입비를 학생의 경우엔 교육비에, 근로자의 경우엔 업무 관련 경비에 포함시켜 공제 혜택을 준다. 아예 호주는 자녀가 있는 가정에 일정 금액의 도서구입비를 직접 지원해 준다. 여기에다 이번에 제외된 신문·잡지 구독료와 박물관·미술관 관람료 등에 대한 세제 지원도 고민해야 한다. 내친김에 하나 더 주문하자면 세금 감면을 체감하기 힘든 소득공제보다는 실제 효과가 눈에 보이는 세액공제를 도입해 주었으면 한다. 10만원을 정치 후원금으로 내면 세금 10만원을 돌려받는 세제 혜택이 도입된 이후 정치인에 대한 소액 후원자가 급증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이지영 아트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