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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손흥민, "안울려고 노력했는데...국민들께 죄송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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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를 관람한 뒤 1-2로 아쉽게 패한 한국대표팀 라커룸을 찾아 손흥민 등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를 관람한 뒤 1-2로 아쉽게 패한 한국대표팀 라커룸을 찾아 손흥민 등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전 사실 안울려고 노력했다. 저보다 어린선수들도 있고 눈물을 보여선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쉽지 않더라. 방송 인터뷰 때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좀만 더 했다면. 좀만 더 했다면... 좋은 모습 보여줄거란 생각에 죄송스러웠다. 눈물이 나는건 어쩔수 없는거잖아요."

한국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토트넘)은 24일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전에서 1-2 패배를 막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그림같은 중거리슛 만회골을 뽑아냈지만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휘슬이 울린뒤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차기 주장'답게 선수들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그는 방송 인터뷰 중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의 눈은 부어 있었다. 그는 다시 눈물을 쏟진 않았지만 인터뷰 중 몇번이나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이었다.

23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슛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슛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소감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줬다. 경기장에서 제가 많이 죄송하고 미안하다. 초반에 찬스가 왔을때 좀 더 잘해줬어야했다. 저희가 그렇게 강팀이 아니기 때문에 찬스에서 해결해줘야했는데... 세종이형, 승우, 희찬이, 선민이 등 월드컵을 경험하지 않은 선수들이 너무나도 잘해줘서 고맙고, 팀원으로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경기 후 눈물을 흘리지 않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방송 인터뷰 중엔 눈물을 터트렸는데.
"전 사실 안 울려고 노력을 했다. 저보다 어런선수도 있고, 제가 위로해주는 위치라고 생각했다. 다들 아쉬울거다. 제가 눈물을 보여선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쉽지 않더라. 방송 인터뷰때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좀만 더 했다면. 좀만 더 했다면... 좋은 모습 보여줄거란 생각에 죄송스러웠다. 눈물이 나는건 어쩔수 없는거잖아요. 그런 부분이 컸던거 같다. 어린 선수들 위로해줘야하고. 희찬 선수가 너무나도 잘해줘서. 제가 어릴때 그만큼 잘했나 생각을 했고. 성용이 형한텐 ..(한참을 말을 못잇다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성용이형이 짊어진 짐을 나눠서해야했는데, 그런 부분을 제가 못해준거 같아서..."

-잔인한 희망이지만, 독일이 스웨덴을 잡아주면 1% 희망이 있다. 16강 떠나서 각오는.
"앞서 말했듯 독일, 멕시코는 세계적인 강팀이다. 해볼건해보고.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해야할거 같다. 노력해보고. 결과가 안됐을땐, 저희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거잖아요. 16강을 가고 못가고를 떠나서, 마지막 경기에서 많은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보여 드리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경기 후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한참 이야기를 나눴는데.
"성용이 형이 고맙다는 말을 해줬다. 저도 너무나도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우린 정말 노력했다고. 선수들 한번씩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그런 자리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한국이 1-2로 패한 뒤 손흥민이 장현수를 위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한국이 1-2로 패한 뒤 손흥민이 장현수를 위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실수한 수비한 선수들에 대해 비난이 예상되는데.
"사실 누가 잘못하려고 하겠어요. 골은 먹히려면 먹힐수밖에 없다. 저도 수비를 잘못한다. 우린 잘해보려고, 열심히 하려고 하다보니 실수가 나온거 같다. 너무 한 선수에 대해서.. 두번째 실점은 그 공격수(치차리토)가 잘한거다. 괜히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좋은팀에서 뛰었던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수형은 참 미안한게 몸을 날려서 막으려고 하다보니.. 모든 수비수들에게 미안하다. 아직 끝난게 아니기 때문에 현수형이 멘털을 잡고, 민우형 등을 정신적으로 도와주려고 노력을 해야 될거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라커룸을 찾았는데.
"저도 계속 안울려고 했는데.. 라커룸에서 선수들 보니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도 커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많이 흘렸다. 대통령이 오셔서 위로해주시고, 선수들 잘했다고 격려해주셨다. 다음경기 잘하자고 고맙다고 덕담을 해주셨다."

-이번 월드컵에 오기전에 걱정이 된다고 말했는데.
"전 아직도 무서워요. 지금도. 진짜 잘준비해도 부족한게 월드컵 무대인데, 다른팀도 준비를 많이하고, 저희도 준비를 많이 했지만..(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전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걸 많이 느끼고 있다. 희찬, 승우한테도 많이 얘기해주려하는데...제가 4년 뒤 월드컵에 나올지 못나올지 최종예선을 봐야되겠지만, 아직도 겁이 난다. 4년 뒤 월드컵에 나가더라도 너무나도 많은 강팀을 상대로 대표해서 뛰는 자리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경기장에 나가고, 더 먾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슛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슛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연합뉴스]

-독일전 각오는.
"해야죠. 다른말이 필요없는거 같다. 선수들이 실망하고 자신감이 떨어진건 사실이다. 해야죠. 해야죠. 다른말을 필요없을거 같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정말 죽기살기로 해야죠. 결과는 못가져오면 어쩔수 없다고 생각해요. 워낙 좋은팀이고, 세계 1위팀인데. 끝까지 해보고 안될땐 결과를 받아들여야죠. 끝까지 해야죠."

-아직 대회가 안끝났는데, 대회를 준비하면서 감독교체, 부상자 등 아쉬웠던 점은.
"당연히 아직 끝난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지금 와준 선수들한테도 고맙고. 너무나도 고생하고 있고.부상선수들 아쉬운건 사실이고, 큰 도움 줄수 있는 선수들 빠져서... 그런 부분에서도 과정에 대해 탓하거나 아쉬워하고 싶진 않다. 너무나도 고맙고 그래요."

로스토프나도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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