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이 지척인데… 성화 어제 통일 전망대 도착 기원 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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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통일전망대=특별취재반】『금강산이 지척인데…』
성화는 달리고 싶었다. 그러나 겨레의 한을 품고 아쉬움을 간직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했다.
11일 오후2시20분 38선 너머 통일전망대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 한반도의 남녘을 누비며 제주도착 16일만에 최북단마을에 선 올림픽성화는 분단민족의 아픔이라도 대변하듯 날씨마저 흐려놓은 채 통일전망대가 맞았다.
북쪽 땅 해금 강을 눈앞에 둔 채 분단의 철책으로 발이 묶인 성화는 1천만 실향민의 아쉬움을 통일기원제로 달래고 남쪽으로 다시 봉송 길을 돌렸다.
국내봉송 1천1백50번 째 구간인 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가랑비를 헤치며 성화를 치켜들고 달려온 실향민 노재호 씨(54·고성군 평통협의 회장) 는 임시성화로 앞에서 한동안 발을 멈추고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달리고 싶습니다. 인종과 언어와 국경을 초월하는 올림픽 성화가 내 조국 내 고향 땅으로는 갈 수 없다니 웬 말입니까』
때마침 내리는 가랑비는 전망대에서 성화를 기다리던 5백여 실향민 등의 향수를 더해 모두의 눈시울을 적셨다.
더는 달릴 수 없게된 성화는 금강산을 배경으로 한 통일기원제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뎅뎅뎅』24번의 범종소리로 북한 동포에게 올림픽의 소식을 전하면서….
이날 통일기원 제는 고성군 어머니합창단 3백 명이 군악대의 반주에 맞춘 『그리운 금강산』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분단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가운데 오색 풍선 1천 개가 하늘높이 솟아 북녘 땅에 올림픽 소식을 전하면서 끝났다.
5만2천여 고성 군민들 중 태반이. 실향민이라는 마흥성 씨 (화· 대율리) 는 『저 아래서 50리만 가면 내 고향 북고성 봉수리 마을이 있다』며 『이번 올림픽 땐 북한이 참가해 성화가 고향 길을 달릴 줄 알았다』 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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