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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림픽 개최로 자신감 충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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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올림픽은 한국이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서울올림픽은 이제 한국이 무슨 일을 해도 세계가 주목하지 않는 나라로 머무르고 있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민주화과정은 이제 전세계 인이 모든 과정을 샅샅이 주시하는 대상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주시와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새로운 사회 구성을 향한 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올림픽을 통해 나타나는 정치적·사회경제적·문화적 의미를 20여 년간 연구해 온 올림픽인류학자「존·매킬룬」 교수(미시카고 대)의 한국진단이다.
『한국은 이제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대처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의 성화봉송과정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적 요소가 잘 조화되어 나타나는 한국화 된 양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아시안게임 때의 성화봉송과정에 비해 볼 때 이제 한국인은 서양식의 성화봉송을 맹목적으로 모방하지 않고「한국식」으로 함으로써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매킬룬」교수의 이 같은 결론은 지난달 24일 제주도에서부터 성화봉송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연구한 결과다.
「매킬룬」교수에 따르면 올림픽은 전시가 아닌 평화시에 일어나는 가장 큰 세계사적 이벤트다.
올림픽은 엄청난 흡인력을 가지고 정치적·문화적·경제적 관점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제교류는 급속하게 증폭될 것입니다.
이것은 거꾸로 한국인으로 하여금 올림픽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가」를 묻는 자기성찰의 과정도 크게 증폭시킬 것입니다.』
그는 특히 이번 성화봉송과정에서 주목할만한 변화는 한국이 지방분권화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화가 머무르는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문화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 지역이 지니고 있는 모든 역량을 한꺼번에 표출,「지역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는 것이 분권화의 증거입니다·』
한국의 총체적 동원이 전체주의적 관주도의 결과가 아니냐는 문제에 대한 그의 답변은 『올림픽은 너무 큰 사건이며 복잡하고 다양해서 결코 한 집단이 통제할 수 있는「조작의 범위」를 뛰어넘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막연하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서울 올림픽과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대한 세계사적의미를 강조했다.
두 올림픽은 과거 동서양의 의미가 각각 러시아와 북미지역을 지칭했지만 세계사의 중심이 바뀌면서 극동과 유럽이 의미의 중심을 차지해 가는 것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매킬룬」교수의 한국방문은 이번이 세 번 째. 아시안게임 때도 내한해 한국을 연구했고 그 결과를 작년 서울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발표했었다. 그는 역대올림픽과 서울올림픽을 비교, 올림픽을 통해 나타나는 한국사회의 특징을 밝혀 내년여름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 강영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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