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민회장 회견|"약탈행위 난무 신변 위험|목잘린 정보원 시체 즐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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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방콕=연합】『버마사태가 악화되기 시작한 지난달 8일 이후 약 한달간은 정말 지옥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정부의 버마 교민 철수계획에 따라 9일밤 태국 항공(THAI) 306편으로 랑군으로부터 방콕에 도착, 주태 한국대사관의 보호를 받으며 시내 맨해턴호텔에 공관원가족·주재상사원 가족들과 함께 묵고있는 재버마한국교민회장 박씨(42·사업)는 『방콕에 와보니 마치 다른 세계에 피난 나온 기분』이라면서 악몽 같았던 지난 30여일을 회상했다.
자신의 이름이 신문에 나면 주재국(버마)에서의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된다며 이름만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밝히지 말아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박씨는 『현재 랑군은 생필품난에다 도처에서 약탈행위가 자행되고 있어 외국인들은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면서 『국제법상 치외법권이 인정되는 외국공관이지만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곳이 바로 버마』라고 했다.
그는 『랑군일부지역에서는 정부 정보원들이 시위대원을 가장, 대국민 불신을 조장하기 위해 가게의 식료품에 극약을 주입, 주민을 죽이려하는 경우도 있어 이에 흥분한 진짜 시위대원들이 정보원들을 살해하는 예도 있었음이 현지 신문에 보도되고 있다』면서 시위대원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정보원들의 목잘려진 시체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사진을 게재한 버마어신문 한장을 기자에게 꺼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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