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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토프 무더위-멕시코 광적응원, 넘어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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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멕시코-독일전이 열린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만난 멕시코팬. 멕시코에서 인기가 높은 프로레슬링 선수 레이 미스테리오처럼 가면을 쓰고 있다. 모스크바=박린 기자

18일 멕시코-독일전이 열린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만난 멕시코팬. 멕시코에서 인기가 높은 프로레슬링 선수 레이 미스테리오처럼 가면을 쓰고 있다. 모스크바=박린 기자

러시아 남부 아조프해 연안이 있는 항구도시 로스토프나도누. 영어로는 '로스토프 온 돈'이라 불린다. '돈 강(江) 위에 있는 로스토프'란 의미다.

돈 강변에는 로스토프 아레나가 있다. 현지시간 23일 오후 6시(한국시간 밤 12시) 한국과 멕시코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이 열리는 경기장이다.

20일 로스토프 아레나를 찾은 우루과이 팬. [EPA=연합뉴스]

20일 로스토프 아레나를 찾은 우루과이 팬. [EPA=연합뉴스]

로스토프나도누는 월드컵 개최도시 11곳 중 평균기온이 22.2도로 가장 높은데, 21일 낮 최고기온은 33도까지 올라갔다. 습도가 높지는 않지만 햇빛이 따가웠다. 한국 대구의 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인구 105만명인 이 도시 사람들 중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많다.

로스토프 아레나에서는 월드컵 5경기가 치러지는데 무더위 탓에 낮경기가 없을 정도다. 현지시간 오후 6시와 오후 9시에만 열린다. 21일 우루과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A조 2차전은 오후 6시에 킥오프됐는데, 기온이 32도였다.

20일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우루과이를 상대한 사우디아라비아 선수. [EPA=연합뉴스]

20일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우루과이를 상대한 사우디아라비아 선수. [EPA=연합뉴스]

다행히 경기장 그림자가 햇빛을 막고, 간간히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 얼굴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양팀 선수들의 움직임은 무거워 보였고, 결국 졸전 끝에 우루과이가 수아레스의 결승골로 1-0 진땀승을 거뒀다.

한국-멕시코전이 열릴 23일에도 낮기온은 최고 34~35도로 예보됐다. 우리선수들은 강한 체력으로 무더위를 이겨내야한다.

21일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만난 멕시코팬 곤살레스. 로스토프나도누=박린 기자

21일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만난 멕시코팬 곤살레스. 로스토프나도누=박린 기자

한국은 멕시코의 광적인 응원도 넘어서야 산다. 21일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만난 멕시코 팬 곤살레스는 "한국전 응원을 위해 일찌감치 왔다"며 소리를 질렀다.

지난 18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독일전 7만8011명 중 절반 가까이가 멕시코 팬이었다. 전통의상(판초·솜브레로) 차림으로 고막이 찢어질듯한 응원전을 펼쳤다.

18일 멕시코-독일전이 열린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만난 멕시코팬. 모스크바=박린 기자

18일 멕시코-독일전이 열린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만난 멕시코팬. 모스크바=박린 기자

특히 멕시코 팬들은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이 골킥을 할때마다 동성애자나 겁쟁이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푸토(puto)'를 외쳤다. 멕시코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가 소셜미디어에 이런 응원구호를 멈춰달라고 호소할 정도다. 결국 국제축구연맹은 21일 멕시코축구협회에 관리책임을 물어 벌금 1만 스위스프랑(약 1000만원) 징계를 내렸다.

열정적인 멕시코 팬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멕시코-독일 경기에서 승리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정적인 멕시코 팬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멕시코-독일 경기에서 승리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스토프 아레나의 관중석은 4만5000명 규모인데, 경기 날 멕시코 팬들의 초록 물결이 밀어닥칠 전망이다. 멕시코 축구팬들은 지난 4월17일 기준 러시아 월드컵 전체 티켓 250만 중 5만1736장 이상을 구매했다. 두달이 흘렀으니 티켓 구매 인원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티켓 거래 사이트에서 한국-스웨덴전은 카테고리1 기준으로 20~30만원에 거래됐는데, 멕시코 경기는 50만원 이상이다. 한국응원단은 1500명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보여, 한국대표팀은 외로운 싸움을 펼칠 전망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한국과 경기에서 네덜란드를 응원하는 네덜란드 축구팬들. [중앙포토]

1998년 프랑스월드컵 한국과 경기에서 네덜란드를 응원하는 네덜란드 축구팬들. [중앙포토]

한국축구대표팀은1998년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마르세유 경기장을 가득 채운 네덜란드팬들의 '오렌지 물결'에 완전히 주눅이 들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에는 상대팬들의 응원소리에 분위기를 압도당했고, 결국 2-4 참패를 당했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완전한 원정도 아니고, 멕시코 원정을 간것만큼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월드컵 경험한 선수들이 자신의 경험을 다른선수들에게 잘 전달하고, 정신적으로 준비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스토프나도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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