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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서남북 4개 지검장 모두 검찰 떠난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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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 4월 서울동부지검에서 검찰 성추행진상조사단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 내 ''여성 1호'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조 지검장은 여성 첫 고검장에는 오르지 못했다. [뉴스1]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 4월 서울동부지검에서 검찰 성추행진상조사단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 내 ''여성 1호'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조 지검장은 여성 첫 고검장에는 오르지 못했다. [뉴스1]

지난 19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직후 동부·서부·남부·북부지검 등 서울 4개 지검장이 모두 검찰 조직을 떠나게 됐다. 최종원(52ㆍ사법연수원 21기) 서울남부지검장이 법무연수원 기획위원으로 발령받은 직후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하면서다. 최 지검장에 비해 연수원 기수가 1~2개 선배인 조희진(56·19기) 서울동부지검장과 안상돈(56·20기) 서울북부지검장, 신유철(53·20기) 서울남부지검장은 지난 14일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 권역 내 동서남북 4개 지검장이 다 같이 물러나는 경우는 검찰 인사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연수원 21기 동기생 중에 선두주자로 꼽혔던 최 지검장은 결국 '강원랜드 채용비리' 부실수사 논란의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강원랜드 1차 수사 당시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의 불구속 기소를 지시하며 사건을 조기에 축소 종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에 의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까지 했다. 법조인으로 구성된 대검 전문자문단 회의에서 '불기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최 지검장은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과 기소 위기에 몰렸다.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은 지난 19일 법무연수원 발령이 난 직후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은 지난 19일 법무연수원 발령이 난 직후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4곳 지검장 가운데 최선임 격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도 이번 인사 직전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8월 문무일 총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로도 추천됐으나 용퇴 흐름에서 비껴나진 못했다. 조 지검장은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의 ‘미투' 선언 이후 창설된 검찰 성추행진상조사단을 이끌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서지현 검사의 ‘미투 선언’ 이후 발족된 검찰 성추행진상조사단의 수사 성과를 놓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안태근 전 검사장이나 진모 전 검사 등 성범죄 피의자로 지목된 남성 검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된 까닭이다.

조 지검장은 ‘첫 여성 검사장’으로서 검찰 내에서 각종 여성 1호 기록을 세우며 관심을 모았지만 이번에 조직을 떠나게 됐다. 현재 43개인 검사장급 검사 가운데 여성은 이영주(51·22기) 춘천지검장만 남게 됐다.

연수원 동기(20기)인 안상돈 서울북부지검장, 신유철 서울서부지검장은 공교롭게도 사의 표명도 같은 날(14일)에 했다. 안 지검장은 검찰 내부통신망에 'e프로스'에 “비록 많은 것을 빼앗겨도 마지막 남은 주머니칼 하나라도 힘줘 들고 정의를 세우겠다는 결심을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검사의 수사 지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안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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