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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경 대자마자 적군기 식별 … 진화하는 방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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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LIG넥스원이 공개한 최신 적·아 식별 기술 ‘모드5’를 탑재한 유도탄 발사기 ‘신궁’. [사진 LIG넥스원]

LIG넥스원이 공개한 최신 적·아 식별 기술 ‘모드5’를 탑재한 유도탄 발사기 ‘신궁’. [사진 LIG넥스원]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 23일. 영국 공군 소속 토네이도 전투기 1대가 이라크·쿠웨이트 국경 상공에서 격추됐다. 격추 원인은 아군인 미군이 발사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때문이었다. 미사일에 탑재된 식별 장비가 아군과 적군을 정확히 탐지해내지 못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주요 국가들은 적·아 식별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게 됐다. 이에 새롭게 개발된 기술이 ‘모드5’다. 기존 기술이 ‘386’ 컴퓨터라면, 이 기술은 펜티엄급으로 비유된다. 박정호 LIG넥스원 연구원은 “지금껏 한국군이 사용한 적·아 식별 기술은 월남전 때 사용했던 것”이라며 “모드5 기술은 아군끼리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를 전파를 통해 송·수신하는 방식으로 식별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LIG넥스원, 첨단장비 ‘모드5’ 공개 #아군만 통하는 암호 정확히 탐지 #지대공 유도탄발사기에 달아 시연

방산업체 LIG넥스원이 19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방산부품장비대전 및 첨단국방산업전’에서 최신형 ‘모드5’ 식별 장비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지대공 유도탄 발사기 ‘신궁’에 이 장치를 탑재해 기술을 시연한 것이다. 이 기술 도입은 한화시스템 등 다른 국내 방산업체에도 주요 추진 과제가 되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암호화 기술을 강화한 모드5 개량 사업은 항공기는 물론 함정 등에도 장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군과 아군을 정확히 알아볼 수 있는 국방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해 왔다. 1·2차 대전 당시 항공기와 요격용 미사일은 단순히 약속된 숫자만 전파로 주고받아 적·아군 여부를 식별했다. 식별 정보를 담은 전파가 암호화되지 않은 채 공중을 떠돌다 보니 적군에 의해 도청되거나 전파 방해도 쉽게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암호화한 디지털 데이터를 빠르게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적·아 식별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 항공기에 부여된 고유 번호와 국가 번호, 미리 약속한 교전 부호 등 구체적인 내용을 해킹이나 전파 방해 위험 없이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드5’ 식별 장치가 이들 질문 내용을 암호화한 전파에 실어 항공기에 보내면, 항공기에 부착된 암호 전파 탐지 장치가 질문에 대한 응답을 다시 보내게 된다. 응답 내용이 아군이면 식별 장치에서 4초간 ‘삐~’ 소리가 나게 되고, 제대로 응답하지 못해 적군기로 판단되면 발광다이오드(LED) 불빛을 0.5초 간 깜빡여 알린다.

다만, ‘모드5’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은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가 핵심 기술을 제공하고 LIG넥스원이 생산을 맡게 된다. 한화시스템도 독일 핸솔트, 미국 레이시온 등과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수입하던 장비를 국내 생산 장비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모드5’ 식별 장비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1000억원 이상의 수입품 대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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