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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못 나간 중국, 그라운드 밖에선 우승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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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월드컵 조별리그 스페인-포르투갈전이 열린 16일 러시아 소치에서 중국 축구 팬들이 오성홍기를 들고 스페인 팬(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드컵 조별리그 스페인-포르투갈전이 열린 16일 러시아 소치에서 중국 축구 팬들이 오성홍기를 들고 스페인 팬(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중국은 출전하지 않는다.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런데도 중국의 월드컵 열기는 뜨겁다. 월드컵 광고 시장을 점령했다.

월드컵 ‘큰손’으로 급부상한 중국 #중 기업 월드컵 광고액 9230억원 #내수 시장 벗어나 세계 시장 겨냥 #FIFA도 중국 축구사랑에 큰 관심

영국의 마케팅 리서치 회사인 제니스에 따르면  러시아 월드컵 총 광고액인 24억 달러(2조6500억원 상당) 중 중국 기업의 광고액은 8억3500만 달러(약 9230억원)로 나타났다. 전체 광고액의 30%를 넘어섰다. 미국(4억 달러)의 두 배를 넘고,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6400만 달러)의 10배가 넘는다.

러시아 월드컵은 지난해까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고전했다. 지난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미국·유럽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이 월드컵 후원에 시큰둥했다. FIFA는 그 빈자리를 채울 기업을 찾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는데 때마침 중국 기업들이 대거 구원 등판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중국의 월드컵 공식 스폰서 수는 단 1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5개로 늘었다. 한국은 FIFA 공식 파트너인 현대·기아차가 유일한 후원사다. 중국 기업 중 월드컵 광고에 가장 많은 돈은 쓴 기업은 FIFA 공식 파트너사인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완다(萬達)그룹이다.

FIFA는 스폰서를 최상위 그룹인 공식 파트너와 월드컵 스폰서, 내셔널 서포터 등 3단계로 나눈다. 공식 파트너는 월드컵을 포함해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와 행사에서 독점적 마케팅 권한을 부여받는다. FIFA가 후원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공식 파트너의 경우 매년 적게는 2200만 달러(약 224억원)에서 많게는 4400만 달러(약 448억원)의 후원금을 FIFA에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2대 유제품 생산 기업인 멍뉴(蒙乳),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비보(VIVO), 가전기기 업체인 하이센스(Hisense·海信) 등은 월드컵 스폰서로 활동한다. 월드컵 스폰서의 연간 후원액은 2500만~3500만 달러(약 276억~386억원)로 추정된다.

특히 멍뉴는 중국 기업 중 완다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후원 금액이 많다. 대회 기간 우유, 요구르트 등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공급하는 멍뉴는 최소 20억 위안(약 3424억원)의 마케팅비를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중국의 전동스쿠터 생산 기업인 야디(雅迪)는 아시아 지역의 내셔널 서포터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는데도 중국 기업이 월드컵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조성식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14억명이나 되는 내수 시장에 주력했다. 그러나 최근 내수 시장에서 선두가 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확대를 선언하면서, 그 도구로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대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축구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축구굴기(足球崛起·축구를 일으켜 세움)’도 중국 기업들의 월드컵 후원을 부추겼다. 중국은 시 주석의 뜻에 따라 각종 축구 사업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 자본은 잇따라 세계적인 축구팀들을 인수했다. 가장 최근 중국 자본에 팔린 구단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사우샘프턴이다. 중국 출신으로 스포츠 기업을 운영하는 가오 가문은 지난해 8월 2억1000만파운드(약 3100억원)에 사우스햄튼 지분 80%를 사들였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명문 구단 AC밀란과 잉글랜드 프로축구 애스턴 빌라·버밍엄 시티·울버햄프턴도 중국 자본에 넘어간 지 오래다.

FIFA도 중국의 축구 사랑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강대국들의 단교 선언으로 월드컵 개최가 위기를 맞자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중국 방문 당시 시 주석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당시 월드컵 개최에 대해 논의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월드컵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중국이 2030년 월드컵 유치전에 나서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월드컵 개최를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축구 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20년 중국축구협회 행동계획’까지 발표했다. 중국 축구대표팀의 FIFA 랭킹을 70위권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국의 FIFA 랭킹은 현재 75위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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