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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광고 절반 차지한 중국 “대표팀 빼고 다 러시아 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월드컵에 중국은 대표팀 빼고 나머지 모두가 갔다.”
중국중앙방송(CC-TV) 유명 앵커인 바이옌쑹(白岩松)이 지난주 생방송 중 남긴 ‘명언’이다.

티켓 4만 장, 스폰서 7개사, 가재 10만 마리도 러시아로 #중계권료 4422억원…2026년 48개팀 북미 월드컵 노려

중국 베이징 지하철역을 도배한 월드컵 스폰서 업체의 광고 [사진 인터넷 캡처]

중국 베이징 지하철역을 도배한 월드컵 스폰서 업체의 광고 [사진 인터넷 캡처]

바이 앵커의 말처럼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하면서 전 중국이 월드컵 열풍에 휩싸였다. 중국 축구 팬 4만 명이 월드컵 관람을 위해 러시아로 날아갔고, 월드컵 스폰서 절반을 중국 기업이 차지했으며, 술안주용 중국산 가재 10만 마리가 유라시아 화물열차에 실려 모스크바를 점령했다.

중국의 물량 공세가 예선 탈락한 축구 강국 이탈리아·네덜란드와 최대 소비시장 미국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러시아 월드컵의 구세주로 등극했다.
우선 중국 기업의 약진이 눈부시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중국 스폰서 기업은 태양광 패널 업체 잉리(英利) 한 개 업체에 불과했다. 올해 러시아 월드컵에는 중국 부동산 기업 완다(萬達)가 전 세계 7개 사에 불과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했고, 총 5개 사인 ‘월드컵 스폰서’에 휴대폰 제조사 비보(VIVO), 우유 제조사 멍뉴(蒙牛), TV 제조 기업 하이신(海信·HISENSE) 3개 업체가 포진했다. 그밖에 ‘내셔널 서포터’로 전기차 업체 야디(雅迪)가 이름을 올렸고, 가상현실(VR) 전문업체 즈뎬이징(指點藝境), 남성복 의류업체 디파이(帝牌)가 3급 스폰서 업체로 참가했다.

중국에서 술안주로 유명한 중국산 가재 10만 마리를 실은 유라시아 횡단 열차가 모스크바 월드컵 특수를 위해 후베이성 우한을 출발하고 있다. [사진 인터넷 캡처]

중국에서 술안주로 유명한 중국산 가재 10만 마리를 실은 유라시아 횡단 열차가 모스크바 월드컵 특수를 위해 후베이성 우한을 출발하고 있다. [사진 인터넷 캡처]

이들 7개 중국 기업의 마케팅 비용은 8억3500억 달러(약 9220억원)로 러시아 월드컵 총 광고비 24억 달러의 35%를 차지한다고 시장조사업체 제니스(Zenith)가 집계했다. 이는 미국 기업 4억 달러의 2배, 러시아 6400만 달러의 13배에 달한다.

서구 기업의 전반적인 퇴조 속에 중국 기업의 월드컵 광고 점령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 경제지 21세기경제보도는 FIFA 부패 스캔들로 소니가 빠진 자리를 하이신과 비보가 차지한 것은 글로벌 마케팅과 중국 시장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기업 전략으로 해석했다. TV 제조사 하이신은 2016유로 마케팅 성공 후 이번 월드컵 스폰서로 진출했다. 하이신의 성공은 비보와 멍뉴를 끌어들였다. 자오상린(趙相林) 완다 스포츠 부총경리는 “세계 200여 국가에 방영되는 월드컵은 브랜드 홍보 효과만으로 찬조액을 넘어선다”며 만족했다. 유제품 업체 멍뉴는 ‘월드컵 우유’ 제조사로 산하 4대 제품군, 27개 브랜드, 161개 상품의 포장을 월드컵으로 바꾼 뒤 추첨, 마일리지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월드컵 마케팅은 숫자가 증명한다. CC-TV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기간 CC-TV 월드컵 시청자는 7억9000만 명, 누계 시간 34억 시간을 넘었다. 주요 도시의 17개 채널 시청률이 월드컵 기간 전보다 13% 급증했다. 시차가 반대였던 브라질에 비해 유리한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사상 최고 기록 달성이 예상된다. 2010년과 14년 월드컵 스폰서로 참여한 잉리는 2009년 판매량이 525조 와트에 머물렀으나 2010년부터 1060조→1640조→2300조→3200조 와트로 판매량과 지명도가 급증한 바 있다.

가전 시장 조사기관 중이캉(中怡康)에 따르면 하이신은 2017년 TV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 각각 16.8%, 15.7% 성장하면서 중국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까지 하이신의 아프리카 시장 판매량은 22.4% 증가했다.

중국이 지불한 비용도 많다. 월드컵 중계권료는 4년마다 수 배씩 폭등했다. 2002년과 2006년 CC-TV가 는 FIFA에 2400만 달러(265억원)을 지불했다. 2010년, 2014년에는 1억 1500만 달러(1271억원)로 3.8배 폭등했다. 외부에서는 2018년과 2022년 중국 월드컵 중계권료는 3억~4억 달러로 추산한다. 한화 3316~4422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추미(球迷)로 불리는 중국 축구광 4만251명은 러시아 티켓을 구매했다. 세계 9위다. FIFA 공식 집계에 따르면 입장권 240만 장 중 러시아 87만1797장, 미국 8만8825장, 러시아 7만2512장, 콜롬비아 6만5234, 독일 6만2541, 멕시코 6만302, 아르헨티나 5만4031, 페루 4만3583장에 이어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 일부 매체는 시합이 시작되면서 10만명까지 러시아 월드컵 관람 중국인이 늘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과 팬들의 기대와 달리 중국 축구대표팀의 발전은 더디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5일 스포츠면 칼럼에서 “월드컵 개막 팡파르에 끼지 못하는 중국 남자 축구를 볼 때 곤혹감을 피할 수 없다”며 “곤란 속에서 반성하고 압력을 견뎌 자신을 쇄신하는 것이 중국 축구의 필수과목”이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2026년 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주최 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현행 32개국에서 48개 팀으로 확대된다”면서 “중국팀은 실력을 갈고닦되 맹목적인 낙관을 버리고 수준을 높여 국제 축구계의 변혁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제시한 2030년 남·북·중·일 월드컵 공동 유치 제안에 “공동 주최 계획이 없다”며 동참을 거부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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