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노키아·소니마저 짐싸고…자유무역지역' 마산은 지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사진=송봉근 기자]


국내 인건비가 치솟고 원화 가치가 오르자 속속 보따리를 싸고 있는 것이다. 공단 조성 36년 동안 도로 확장을 한번도 하지 않는 등 인프라 투자를 게을리한 것도 기업의 이탈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이곳의 일자리는 늘기는커녕 매년 줄고 있다. 87년에는 3만6400여 명이 이곳에서 일했으나 지금은 9000명이 채 안 된다. 19일 경남 마산자유무역지역의 아파트형 공장 단지 내 7동 4층 복도. 유리창 넉 장이 깨져 비가 들이쳤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03년 공장을 내놓았으나 3년이 되도록 새 주인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30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렸던 H사는 현재 10여 명만 남아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같은 아파트형 공장 1.2.4층 일부도 비어 있다. 공장 바닥엔 먼지가 수북하고 한쪽에선 골판지 상자가 썩고 있었다. 아파트형 단지 너머에 위치했던 일본 시계업체 시티즌의 공장도 2003년 초 문을 닫았고, 어떤 기업도 쳐다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마산자유무역지역 관리원과 산업연구원이 지역 내 53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35개 기업(66%)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해외로 옮기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마산자유무역지역 경제의 중추역할을 하는 한국티티.한국동경전자.한국동경시리콘 등 일본 산요 계열 3개사와 노키아.한국소니전자가 사업 규모를 갈수록 줄이고 있어 지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들 5개 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4조1360억원으로 전체 72개 사 매출(4조4000억원)의 94%였다.

공단 환경도 좋지 않다. 대부분의 도로 폭이 6m 정도여서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레일러가 마주치면 오도 가도 못한다. 그런데도 1970년 설립 후 도로를 정비한 적이 없다. 마산자유무역지역 관리원 관계자는 "시설 보수 예산이 고작 5억2000만원"이라며 "깨진 유리창도 갈아끼우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기업협회 김정간 상무는 "새로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 기업이 나가지 않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마산=권혁주.임미진 기자 <woongjoo@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