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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후 「6공화국 새출범」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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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여당이 올림픽이후 당정개편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정화작업을 엄밀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직자자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올림픽이란 국가대사를 치르고 나서 내부적인 체제강화를 위한 작업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소문나고 있다는 얘기가 많으나 올림픽후 새출발을 다짐하는 노태우정권이 뭔가 작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것 같다.
얼핏 「정화라고 하면 80년제5공화국출범당시 8천여명의공직자를 좇아낸 전례를 생각하기 쉬워 정부당국자도 『그때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고 또 여러 사정을 보더라도 그같은 혁명적인 수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정권이 겪고있는 국정운영상의 애로와 전두환전대통령과의 관계를 볼때 지난6개월간 손대지 못하고 지내온 인사 문제에 있어 모종의 단절작업이 진행중인듯한 조짐은 뚜렷하다.
노태우대통령과 정권담당세력은 여소야대의 국회출현과 함께 그동안 침체의 늪에서 허덕여온 제6공화국의 모습을 올림픽과 함께 청산하고 자기변신의 면모일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같은 인식의 저변에는 6공화국이 비리로 얼룩진것으로 인상지워진 5공화국과 단절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국민여론이 작용하고 있다.
특히 5공비리의 유산처리를 둘러싸고 현재의 정부·여당은 어떤 내부적인 벽을 실감하고 있고 이 벽을 허물지 않고는 청산과 민주화라는 새정부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지난 6개월간의 경험을 근거로 내리고 있는것 같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뜻은 자기들이 선택한 6공화국정부가 5공화국과, 과감하게 단절해 줄것을 바라고있다』며『그러나 양공화국이 한뿌리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생각할때 5공화국 초기때처럼 쾌도난마식으로 단절할수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고 토로했다.
바로 이같은 고민이 노정권의 딜레마인 동시에 6공화국의 위상정립을 어렵게 하고있는 요소라고 보는것 같다.
현재의 민정당과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중 많은 사람들이 전전대통령에 의해 발탁되었거나 그 그늘아래서 성장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들이 5공과의 단절을 앞장서서 주강하고 솔선해서 실천에 옮기기에는 그들 사이에 맺어진 끈끈한 인간관계에서 볼때 어렵다고 할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일각에서 전전대통령의 형인 전기환씨나 처남인 이창석씨를 조사해 의법처리하는 방법을 검토했으나 앞장서서 사명감을 갖고 그 일을 맡을 사람을 찾기가 힘들더라는 것이다.
결국 노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5공화국과의 단절을 위해서는 단절작업을 실시하기에 앞서 그 작업을 담당할 충성스런 사람들을 확보할 필요성을 느꼈을 법 하다.
그러나 그러한 인재들을 확보하는 문제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 여권에 정통한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이를테면 전전대통령에 기울지 않고 확실하게 노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할수 있는 유위한 인들을 구하되 현재 정부내에 있으면서 노대통령과 전전대통령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양다리를 걸고있는 사람들을 솎아내자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같은 솎아내기가 자칫 여권내 신구세력의 파워게임으로 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기때문에 먼저 확실히 제5공비리에 연관이 있는 사람부터 과감히 도려낸다는 방침이 선것같다. 최근 최열곤서울시교육감의 구속이 단적인 예이며 유사한 경우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정지작업을 바탕으로 정부는 올림픽직후 빠르면 10월중부터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사정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정부는 사정작업을 통해 새정부의 청렴정치 구현목표를 공직자들에게 인식시켜 6공화국의 민주화작업의지를 내외에 과시한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지난2일 청와모국무회의에서 『앞으로 명심해야할 두가지 과제는 민주주의와 깨끗한 정치의 실천』이라며『장관들도 정치인이니 국민들이 믿을수 있게끔 이러한 실천의지를 뚜렷이 보이라』고 지시한 것도 이러한 청렴정치구현의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할 수있다.
또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공직자윤리법개정안을 제출해 차관급이상 모든 공직자의 재산을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할 계획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정부로서는 더이상 5공화국비리때문에 정부가 먹칠을 당하는 일은 미리 체거할 의도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제5공,6공을 가릴 필요없이 해당될수있는 대규모 숙청작업을 80년처럼 할 생각은 없는것 같다.
일괄정화보다는 법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을 과감히 정리한다는 차원이다.
때문에 이번 숙정작업은 철저한 내사를 통해 당사자가 꼼짝못할 사람만 대상으로 하고있다.
정부가 이같은 작업을 통해5공의 유산을 털어버리지 못하면 올림픽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노사분규등 사회전반적인 동요현상에 명분있게 공권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한듯 하다.
결론적으로 6공화국의 「새모습을 보이기위해 추진하는 이번 작업이 어느 규모까지 단행될지는 미지수이나 80년의 「대숙정」과는 그 방식이나 기준에 있어 큰 차이가 있기때문에 공직 사회 전체에 어떤 큰 동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5공은 물론 그 이전부터 계속돼온 「구조적비리까지 손을 댈 경우 의외로 범위가 확대될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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