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에 또 한발 접근|토지거래 규제 확대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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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설
이번 토지거래허가지역 확대조치는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에 대한 강한 정책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토지소유 공 개념 도입에 한발 다가선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사유부동산을 팔고 사는데 정부의 허가를 받으라는 것은 사유재산권 행사에 대한 커다란 침해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허가제 실시지역을 전국토의 9·4%나 되는 넓은 범위로 한꺼번에 늘리기로 한 것은 부동산투기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앞으로 토지를 개인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재산으로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율 인식시키려는 의도가 배경에 깔려있다고 보아야 한다.
노태우 대통령이나 나웅배 부총리가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토지공개념 도임을 강조해 온 것은 이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상당히 확고하게 굳어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토지거래허가제의 백미는 서울 등 6개 도시의 녹지지역을 빠짐없이 대상지역으로 묶은 데 있다. 그 동안 프로 땅 투기꾼들이 노린 곳이 바로 이 녹지였기 때문이다.
당국의 조사결과 6대 도시 안에서 거래 신고된 토지의 최고 87%를 이들 녹지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도시지역에서는 택지 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계산으로 수십 배 지가상승이 기대되는 택지로의 용도변경이 예상되는 녹지에 뭉칫돈이 오고갔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투기가 번질 우려가 있는 허가제 실시 주변지역과 수도권·중소도시의 녹지지역에 대해서는 토지거래감시구역으로 지정, 지가동향을 주시하다가 투기조짐이 나타날 때는 즉시 토지거래 허가제로 묶는 방안을 마련한 것도 이번 규제조치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현행 제도로도 토지거래신고제 지역 중 땅값이 이상 폭등을 할 때는 허가제로 전환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신고제지역 확대병행으로 전국토의 23%를 제외한 전지역이 신고제지역 안에 포함되어 있어 현실성이 없는 점을 보완한 것이다. 투기예방 효과가 거의 없는 신고제지역과 비상책인 허가제 사이에 완충지대를 새로 마련한 셈이다.
정부는 앞으로 실시될 지자제가 활성화되면 본격적인 지방개방시대가 올 것이고 이에 따라 지방토지에 대한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땅 값이 전국적으로 평준화될 것에 대비하고 토지보유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위해 전 국토를 토지거래신고제 지역으로 깔 생각을 갖고있어 이 토지거래 감시구역 지정제도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또 도시계획 구역 밖의 농지·임야의 허가대상 면적을 현행 각 3천, 6천 평방m 이상에서 1천, 2천 평방m로 줄여 투기꾼들이 눈독을 들여왔던 농지와 야산에 대한 투기를 억제하려는 당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규제조치의 강화와 함께 위반자에 대한 제재를 현행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체형은 그대로 두되 벌금형은 거래액수의 일정비율을 부과하는 폭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5백만 원 정도는 언제든 물 수 있다는 발상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토지거래허가제 확대실시 등 각종 규제조치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 것이냐에 있다.
이번 조치가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의 기조인 사유재산에 대한 재산권행사에 정부가 크게 간여하는 것인 만큼, 그리고 대상범위가 넓은 만큼 이해관계자가 많고 그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의 지가동향이 비록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해도 정부가 간접적인 가격통제를 하는 꼴이어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는 가격의 시장원리를 무시한 토지정책이 부동산경기의 숨통을 막아 놓을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잘 알다시피 현재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69·2%에 불과하다. 특히 서민들의 주택부족은 심각하다. 정부는 앞으로 92년까지 2백만 호의 주택을 건설, 보급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60%는 민간 주택업자의 손에 맡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여건에서 부동산경기의 위축은 바로 주택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과 직결된다.
앞으로 이감은 문제를 어떻게 물어 나가느냐에 따라 이번 조치뿐 아니라 앞으로 정부가 추진코자 하는 토지공개념 도입정책의 향방도 판가름날 것이다.<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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