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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으로 승부하면 … 우승은 나이지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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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큰 인기를 모은 나이지리아 유니폼.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큰 인기를 모은 나이지리아 유니폼. [로이터=연합뉴스]

월드컵은 국가대항전이다. 경기에 나선 양 팀의 선수들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유니폼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반영된 상징으로 떠올랐다. 연대감·소속감의 상징인 유니폼은 월드컵에서 펼쳐지는 또 하나의 ‘경연장’이기도 한다.

32개국 32색 월드컵 유니폼 열전 #브라질, 준우승 흰색을 노란색으로 #과거 영광 반영한 독일·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유니폼 300만 장 팔려 #붉은색 한국 유니폼엔 평가 엇갈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국의 유니폼 색상 중엔 붉은색이 가장 많다. 한국을 비롯해 스페인, 벨기에, 러시아 등 40%에 가까운 13개국의 메인 유니폼 색이 붉은색이다. 1945년 해방 이후 축구대표팀이 처음 구성될 때부터 붉은 유니폼을 입었던 한국은 의상 색상 때문에 ‘붉은 악마’라는 별칭을 얻었다.

흰색과 하늘색 줄무늬가 교차된 국기를 유니폼 디자인으로 선택한 아르헨티나는 ‘라 알비셀레스테(La Albiceleste·하늘색과 흰색)’로, 파란색 유니폼의 프랑스는 ‘푸른 군단’이라는 의미의 ‘레 블뢰(Les Bleus)’로 불린다. 한국이 러시아 월드컵 F조에서 상대할 스웨덴은 노란색, 멕시코는 녹색, 독일은 흰색 유니폼을 입는다.

‘32국 32색.’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국의 유니폼엔 그 나라의 정체성이 반영돼 있다. 강렬한 붉은색이 돋보이는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 흰색 잉글랜드 유니폼을 착용한 해리 케인. 개최국 러시아는 금메달을 땄던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구소련의 유니폼을 재해석했다. 화살표 무늬를 새긴 개성있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나이지리아 유니폼. 월드컵 개막 전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흰색과 하늘색 줄무늬가 교차하는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착용한 리오넬 메시(사진 왼쪽부터). [사진 나이키, 아디다스]

‘32국 32색.’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국의 유니폼엔 그 나라의 정체성이 반영돼 있다. 강렬한 붉은색이 돋보이는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 흰색 잉글랜드 유니폼을 착용한 해리 케인. 개최국 러시아는 금메달을 땄던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구소련의 유니폼을 재해석했다. 화살표 무늬를 새긴 개성있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나이지리아 유니폼. 월드컵 개막 전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흰색과 하늘색 줄무늬가 교차하는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착용한 리오넬 메시(사진 왼쪽부터). [사진 나이키, 아디다스]

노란 색상의 브라질 유니폼엔 남다른 역사도 숨어 있다. 1950년까지만 해도 상·하의 모두 흰 유니폼을 입었던 브라질은 그해 브라질 월드컵 결승에서 우루과이에 1-2로 져 준우승했다. 이후 우루과이에 진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공모를 거쳐 1954년부터 유니폼 색을 노란색으로 바꿨다. 그리고 브라질은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으로 떠올랐다. 14일 영국 BBC는 팬 투표를 통해 뽑은 역대 최고의 월드컵 유니폼으로 ‘축구 황제’ 펠레가 입고 우승했던 1970년 당시 브라질 유니폼을 1위로 선정했다.

네이마르가 입은 브라질 유니폼. [사진 나이키]

네이마르가 입은 브라질 유니폼. [사진 나이키]

러시아 월드컵에 나서는 팀들의 유니폼 중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도 있다. 독일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때 입었던 패턴, 아르헨티나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던 1993년 코파 아메리카 당시 디자인을 재해석했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 금메달을 땄던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유니폼을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홈에서 영광 재현을 꿈꾼다.

유니폼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스페인 대표팀의 유니폼은 내전이 일어났던 제2공화국 시대에 사용한 국기에서 디자인을 따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땐 일본대표팀 유니폼이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문양을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 월드컵 32개국 유니폼 브랜드

러시아 월드컵 32개국 유니폼 브랜드

나이지리아 유니폼은 러시아 월드컵 개막 전부터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연녹색 바탕에 흰색, 검정색 화살표 무늬를 새긴 나이지리아 유니폼은 눈에 띄는 디자인 때문에 사전 주문을 통해 무려 300만장이 순식간에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나이지리아 유니폼은 패션 잡지 GQ, 영국 스카이스포츠, 스페인 마르카 등 대다수 매체에서 진행한 ‘러시아 월드컵 유니폼 팬 투표’에서 단연 1위에 올랐다. 미국 CNN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나이지리아는 이미 승자가 됐다. 러시아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팀으로 꼽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월드컵 32개국 메인 유니폼 색상

러시아 월드컵 32개국 메인 유니폼 색상

손흥민. [일간스포츠]

손흥민. [일간스포츠]

이밖에도 짙은 파란색의 프랑스, 붉은색과 흰색 체크 무늬를 채택한 크로아티아, 상의 가운데에 체크 무늬와 협회 엠블럼을 새긴 벨기에 등의 유니폼도 호평을 받고 있다. 붉은색 상의의 한국 유니폼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미국 CBS스포츠는 “단순해보이지만 긍정적”이라면서 한국의 홈 유니폼을 32개국 중 17위로 평가했다. 반면 호주의 ABC는 “단지 붉은색 뿐이다. 디자이너가 없는 것 같다”며 2점(10점 만점)을 줬다.

한국은 조별리그 스웨덴전에는 흰색, 멕시코전과 독일전엔 붉은색 유니폼을 입는다. 색맹이나 색약, 또는 흑백 TV를 보는 팬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채도가 다른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른 것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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